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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캠퍼스…미래 여성성 담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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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 도미니크 페로가 설계한 '이화 캠퍼스 센터' 당선작 '캠퍼스 밸리'모형도. 교정 복판을 가로지르는 계곡은 지하로 완만하게 구부러진 형태로 사람들이 지나가며 만드는 풍광이 만화경처럼 펼쳐진다.

이름난 건축가도 스타라면 스타다. 지난 1일 오후 4시, 서울 이화여대 김영의홀에서 열린 '이화건축포럼' 현장은 말로만 듣던 세계적인 건축가를 보러 온 건축학도 1천여명이 내뿜는 열기로 뜨거웠다.

천재 소리를 듣는 이라크 여성 건축가 자하 하디드(54), 파리 국립도서관과 베를린 올림픽 수영장 설계로 유명한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51.사진), 영국 런던에서 'FOA(외국 건축가 사무실)'를 열고 있는 스페인 출신 알레한드로 자에라폴로(41)와 이란 태생의 파시드 무사비(39) 부부가 무대에 들어설 때마다 객석에서는 환호성이 터졌다.

이화여대가 대강당 앞 광장과 운동장 지하에 짓기로 한 2만평 규모의 '이화 캠퍼스 센터(ECC)' 국제현상설계공모전에 지명된 세 건축팀이 최종 결과 발표를 앞두고 한국 건축가들과 만나 자신의 건축세계를 설명하는 슬라이드 쇼를 연 자리였다.

먼저 나선 도미니크 페로는 "지금은 건축에 대한 새 정의가 필요한 때"라며 "빌딩(건물)이 아니라 랜드스케이프(풍광)로서의 건축, 감성을 지닌 건축을 얘기하자"고 말했다.

'FOA'팀은 건축을 각 지역에 씨를 뿌리고 배양해가는 작업에 비유하면서 "컴퓨터를 이용해 정보를 형태로 전환하는 지식축적의 산물"이 현대건축이라고 풀었다. 앞서가는 여성 건축가로 큰 박수를 받은 자하 하디드는 "건물을 지을 때 바깥, 특히 공공 공간과의 연결을 생각하며 움직임이 자유로운 동선을 기본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9시, 국내외 전문가 6명으로 이뤄진 심사위원단은 도미니크 페로가 내놓은 설계안을 당선작으로 뽑았다고 발표했다. 김종성 심사위원장은 "페로의 설계안은 길과 광장을 혼합한 융통성 높은 다기능을 갖춘 것 위에 앞으로 환경 변화에 다각도로 적응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지녔다"고 평가했다.

경의선 철로 복개로 사라진 이화교 진입로의 경사진 길을 이어 교정 한복판을 대각선으로 지르는 일종의 계곡을 만든 페로의 '캠퍼스 밸리(Campus Valley)'는 지하 공간이면서도 천장을 열어 계곡 양 옆에 일군 나무숲과의 친화성을 높인 점이 돋보인다. 길이 2백50m, 너비 25m의 계곡 양 옆에 들어설 3~5층 건물에는 멀티미디어 강의실과 식당.운동시설.화랑.서점.다목적 컨벤션홀.복합상영관 등이 들어서 학생들이 머물고 싶은 교육문화센터를 이루고 8천평의 주차공간 확보로 지상에 차가 없는 캠퍼스를 만든다.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친 기쁨으로 얼굴이 환해진 도미니크 페로는 기자들과 만나 "공원같은 대학 교정, 도시와 연결된 대학 공원, 여성성과 자연을 결합한 열린 공간, 계절.시간.행사 종류에 따라 다변화하는 광장을 설계 개념으로 잡았다"고 밝혔다.

그는 " 1백년이 넘는 유서깊은 여자대학이 21세기를 내다보며 짓는 새 교육문화공간이란 주제가 재미있었다"며 "도심 속 공원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캠퍼스에서 인류의 미래를 품은 여성성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페로의 설계 프로젝트는 내년 6월에 착공해 이대가 개교 1백20돌을 맞는 2006년에 1차 완공될 예정이다.

국내 대학에서 처음 실시한 국제설계경기를 지켜본 건축가들은 그 교육적 효과를 평가하면서도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정기용 한국예술종합학교 건축과 겸임교수는 "국제 건축계의 주목을 받는 행사인 만큼 당선 여부를 떠나 국내 건축가들을 1~2명 함께 초대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세 건축팀의 설계응모작은 6일까지 이대 경영관홀에서 볼 수 있다. 02-3277-2960.

글=정재숙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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