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보물찾기, 아이들과 함께 걸으면서 즐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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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섬, 보물지도, 보물찾기…. 환상과 모험으로 들뜨게 하는 단어들이다. 어린 시절, 소풍 때면 가장 기다리던 게 보물찾기 시간 아니었던가. 그래서일까? 최근 가족들과 함께 산행을 즐기면서 숨겨진 보물을 찾는 신종 보물찾기 게임 ‘지오캐싱(Geocaching)’이 유행하고 있다.
지구를 의미하는 지오(geo)와 은닉물을 뜻하는 캐시(cache)의 합성어인 지오캐싱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해 예고된 좌표 값을 찾아가 누군가 감춰 놓은 보물을 찾는 게임이다. 지구를 하나의 거대한 놀이터로 설정하고 전 세계인이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즐기는 디지털놀이인 것.

GPS여, 보물을 찾아줘


지오캐싱을 즐기기 위해서는 우선 휴대용 GPS가 필요하다. 인터넷을 통해 판매되고 있는 휴대용 GPS의 가격은 10만원대에서 80만원대까지 다양하지만, GPS 고유의 기능만 있다면 어떤 것도 게임을 즐기는 데 불편함이 없다.
다음은 보물이 숨겨진 장소의 좌표 값을 알아야 한다. <보물섬>의 짐 호킨스가 보물지도를 손에 꼭 쥐고 모험을 떠났다면, 현대의 지오캐셔들은 지도 대신 좌표 값을 갖는 셈. 전 세계 지오캐셔들의 공식 사이트인 www.geocaching.com에 접속한 후 간단한 가입절차를 마치면 세계 각국에 숨겨진 보물의 위치를 좌표와 함께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북위 30도 42.830. 서경 69도 48.983 위치에 보물이 있다.” 이 중 ‘한국의 보물’을 검색하면 국내 곳곳에 숨겨진 보물의 정보와 좌표는 물론 GPS에 다운받을 수 있는 지도까지 얻을 수 있다.
게임 방법도 다양하다. 좌표 값에 특별한 장치 없이 숨겨진 트래디셔널 캐시(Traditional Cache), 한 가지 캐시를 찾고 그 속에 적힌 수수께끼나 퍼즐을 풀어서 최종 캐시를 찾는 미스터리 캐시(Mystery Cache), 파티나 모임 등의 목적으로 준비하는 이벤트 캐시(Event Cache), 그리고 도심에서 즐기는 어반 캐싱(Urban Cache) 등.
부산지역 지오캐싱 동호회 자투어 http://jatour.com/의 임호일 회장은 “해외여행을 떠날 때도 지오캐싱을 하면 훨씬 재미있다”고 조언한다. 영국의 지오캐셔들이 부산을 찾았을 때 자투어에서는 지하철 역사마다 보물을 숨겨두고 그 좌표를 따라 부산을 한 바퀴 관광할 수 있도록 게임 코스를 만든 적이 있다. 실제로 세계 각국의 현지 지오캐셔들은 외국인에게 추천할만한 장소를 골라 보물을 숨겨 두는 ‘보물찾기’ 테마여행을 유도하고 있다.

지오캐싱을 모르는 사람은 ‘머글’?


그렇다면 게임의 하이라이트인 보물은 뭘까? 인형, 장난감, 열쇠고리…외국여행 배낭족들은 모국의 기념품을 주로 넣는다. 지오캐싱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보물은커녕, 쓰레기일 수도 있는 소소한 기념품들이 대부분.
이런 입장 차이 때문일까? 흥미롭게도 지오캐셔들은 일반인을 ‘머글’이라 부르며 주의하고 있다. 생각해보라. 야산을 돌아다니며 땅을 파서 뭔가를 묻고 찾아내고, GPS를 들고 도시를 배회하는 모습. 오해받기 십상 아닌가? 때문에 보물을 숨기거나 찾을 때 특별히 머글을 주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지오캐셔들이 가장 특별하게 생각하는 보물은 ‘트래블 버그(Travel bug)’다. 지오캐싱 공식 사이트(영문)에서 판매하는 기념품으로 저마다 다른 일련번호와 사연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누군가를 위해 지오캐싱 사이트에서 트래블 버그를 만들면 일련번호를 받게 된다. 이후 당신은 이 트래블 버그에 사연이 담긴 동전, 인형, 사진, 메모 등을 넣고 애칭(가령 ‘사랑스런 영숙씨’라는)도 붙이고 멀리 여행도 보낼 수 있다. “나의 사랑스러운 영숙씨를 아이일랜드 00까지 여행시켜 주세요’라는 사연을 사이트에 올리면 전 세계 지오캐셔들의 손을 거쳐 아일랜드까지 전달되는 것. 한편 당신은 사이트에서 일련번호 검색을 통해 사랑스런 영숙씨가 거쳐 간 사람들과 여행루트를 확인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즐기는 트레킹 게임

지오캐싱 마니아들이 말하는 게임의 매력 중 하나는 아이들과 함께 하면 더욱 좋다는 점이다. 지오캐싱 코리아 http://www.geocaching.co.kr의 운영자 원신씨는 언제나 아들 호(9세)와 함께 지오캐싱을 즐긴다. “게임 방법이라는 게 일종의 트래킹인데, 단순한 걷기가 절대 아닙니다. 아들과 함께 몇 시간씩 걸으며 대화를 나누고, 목적지에 도착해서 보물을 확인했을 때의 성취감은 정말 큽니다.”
아이들에게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과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가르칠 수 있는 기회도 된다. 지오캐셔들에게는 보물을 찾은 후에도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미리 보물을 준비해 가서 교환해야 하고, 다녀갔다는 표시로 방명록을 작성해야 한다. 또 보물 상자 안에 카메라가 들어 있다면 자신의 모습을 찍어 흔적을 남기는 것도 예의.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출입 제한구역, 유적 등에는 보물을 숨길 수 없으며 찾는 사람도 땅을 파헤치거나 자연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되는 것도 기본이다. 현재 지오캐셔들은 쓰레기봉투를 미리 준비해 가서 보물을 찾으며 주변의 쓰레기도 모아오는 환경캠페인 CITO(Cache In Trash Out)를 벌이고 있다.
어른들은 추억 속의 보물찾기를 첨단 디지털 놀이로 즐길 수 있고, 아이들은 부모와 함께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가족 게임 지오캐싱. 이 가을 당신도 특별한 여행을 즐겨보고 싶지 않은가?

장치선 객원기자 charity19@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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