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세계 한인 네트워크, 윈-윈의 지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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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는 재외동포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이들에게 한민족으로서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고취시킨다는 취지로 5월 ‘세계 한인의 날’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했다. 이에 따라 세계 각지에서 온 재외동포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회 ‘세계 한인의 날’ 기념식이 5일 서울에서 열렸다. 외교부와 재외동포재단이 주관하는 다채로운 ‘세계 한인 주간’ 행사도 4일부터 어제까지 이어졌다.

세계 180개국에 흩어져 있는 재외동포는 700만 명을 헤아린다. 남북한을 합한 인구의 약 10%다. 화교(華僑) 수가 5000만 명이라지만 중국 인구(13억 명)의 4%에 불과하다. 본국 인구 대비 재외동포 비율로 보면 한국은 이스라엘과 더불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화교는 동남아, 유대인은 북미와 동유럽에 밀집해 있는 반면 한인 재외동포는 미국(209만 명)·일본(90만 명)·중국(244만 명)·러시아(독립국가연합 기준 53만 명) 등 4개국에 80%가 몰려 있다. 숫자만 놓고 봐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의 ‘코리안 커뮤니티’가 세계 4대 강국에 고루 포진해 있는 셈이다. 당연히 이들은 한국의 소중한 자산일 수밖에 없다.

국경의 의미가 퇴색하는 글로벌 시대를 맞아 국가 단위의 경쟁은 네트워크 단위의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한인 동포들은 특유의 근면성과 높은 교육열로 이미 각국에서 경제·사회적으로 탄탄하게 기반을 내렸다. 또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인재가 각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이나 인도·아일랜드의 경우에서 보듯 재외동포 네트워크는 21세기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중요한 방편이다.
글로벌 시대에는 민족 개념도 달라져야 한다. 배타적 민족주의는 더이상 설 땅이 없다. 외국에 나가 살고 있으면 철저하게 그 사회에 동화(同化)되는 것이 옳다. 그렇다고 ‘뿌리’의 의미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문화와 역사를 통해 재외동포들이 뿌리의 정체성을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본국과 이들을 이어주는 유기적이고 효율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에게 이익이 될 수 있도록 ‘윈-윈’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