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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앞다퉈 문화예술단체 지원 … 울산에 ‘메세나 열풍’ 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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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울산시립예술단이 SK에너지의 후원으로 매월 셋째 토요일 울산대공원 SK광장에서 토요예술무대를 펼치고 있다(左). 풍물예술단 버슴새가 지난달 20일 경남은행 울산본부와 자매결연을 맺고 울산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우리 소리, 우리 빛’공연을 하고 있다(右). [사진=송봉근 기자]

울산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풍물예술단 버슴새’는 요즘 신바람을 내고있다. 지난달 20일 울산예술회관에서 ‘우리의 소리, 우리의 빛’이란 대규모 공연을 한데 이어 6일엔 울산대공원 남문광장에서 모둠북공연을 벌였고, 오는 19일엔 봉계불고기단지에서 울산전통 연희(演戱)축제에서 공연하는 등 솜씨를 뽐낼 무대가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이런 단독 공연은 거의 펼치지 못했다. 실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공연비용 부담 때문이었다.

버슴새는 지난해 부여에서 열린 세계사물놀이 경연대회에서 길놀이부문 최우수상을 받는 등 1991년 창단 이래 20여 가지의 상을 받았다. 장재군 버슴새 대표는 “공연계획을 세울 때마다 후원해줄 기업체·독지가를 찾아다닐 생각에 한숨부터 나왔다. 출연비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단원들 눈치부터 살펴야 했다”고 말했다. 버슴새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은 지난달 경남은행 울산본부와의 자매결연. 경남은행이 메세나(기업의 문화예술 후원)의 하나로 1년간 이 단체의 연간 공연비용의 절반(약 3000만원)을 지원해주기로 약속, 작품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업과 문화·예술이 손잡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메세나 붐이 일고 있다.

현대중공업 등 큰 기업 중심으로 중소기업까지 나서기 시작했으며, 지역마다 메세나 추진단체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정경득 경남은행장은 “메세나는 공연 비용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 문화예술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뿐 아니라 기업에겐 지역사회 공헌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최고의 투자”라고 말했다.

◆확산되는 메세나=영남권의 메세나 원조는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은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연속 국내 메세나활동 1위 기업(한국메세나협의회 선정)으로 선정됐다. 10여년전부터 조선소 담장 밖에 현대예술관과 한마음회관 등 6개의 문화·예술·복지회관을 차례로 세웠고, 매년 150여원의 예산을 들여 러시아 볼쇼이 오페라단·포항시립교향악단 등 국내외 예술단체를 지원한 결과다.

현대중공업의 이런 활약은 지난해부터 다른 업체들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SK에너지가 시민들에게 100만평 규모의 울산대공원을 선물한 것을 계기로 아마추어 예술인 300여명으로 구성된 ‘울산대공원 아티스트’와 울산시립예술단에 연간 5억원을 지원해 주말마다 공연무대를 마련해줬다. 지난달에는 경동도시가스-악당(樂堂), 성진지오텍-오케스트라 울산신포니에타, 농협울산지역본부-한국울산연극협회가 각각 자매결연을 하고 1년간 공연비용 후원을 약속했다.

악당의 최길 대표는 “공연행사 때 단발성으로 후원금을 내고 기업체 이름을 얹거나 티켓을 구입해주는 차원을 넘어 1년 이상 지속적인 후원을 약속하는 업체가 줄을 잇는 것은 한국에도 메세나가 본궤도에 진입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집단 메세나 움직임=경남스틸·태광실업·BAT코리아·경남은행 본점 등 마산·창원지역 기업체 200여곳은 오는 31일 경남메세나협의회를 출범시킨다. 이 단체는힘을 합쳐 오는 11월 26일과 30일 창원·진주에서 정기공연을 갖는 경남오페라단 등 이 지역 문화·예술단체들을 후원한다는게 취지다.

협의회 관계자는 “공연장소 물색은 물론 비용·관객·연습장소까지 체계적으로 지원해 기업과 문화·예술인 사이에 상호보완적으로 협력하는 파트너 관계로 발전시켜가겠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출범한 부산메세나진흥원에도 한진중공업 등 20여개 업체가 기업과 문화·예술인간의 교류 확대를 목표로 지원활동을 확대해가고 있다. 기업체와 지역·문화예술단체를 1대 1로 자매결연해주는 울산메세나운동추진위원회 하동원 위원장(울산시 행정부시장)은 “내년까지 울산지역 50대 기업, 2010년까지 100대기업으로 메세나운동 참여기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기원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메세나=기업들이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통해 사회에 공헌하는 활동. 로마시대의 시인 웰리기우스를 지원해준 가이우스 클리니우스 마에게나스(Caius Cilinius Maecenas)라는 실존 인물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문화관광부는 기업의 접대비 가운데 메세나 활동에 지출한 비용이 전체의 3%를 넘을 경우 일정액의 법인세 감면 혜택을 주는 문화접대비제도를 이달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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