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위원장 “스포츠에 정치 개입 말자” 남북 단일팀 엇갈린 해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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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김정길 대한체육회장 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은 5일 남북 단일팀 협상이 결렬됐다는 일부 보도와 달리 “단일팀을 구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평양에서 열린 환송 오찬 도중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나눈 대화가 방송에 나오면서 오해가 빚어진 것 같은데 (남북 올림픽위원회는) 단일팀 구성에 대해 발전적인 의견을 주고받았다”고 주장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4일 환송 오찬 도중 “단일팀은 안 되는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말했고, 이 장면이 그대로 전파를 타고 TV에 방영되면서 단일팀 구성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회장은 “대화 말미에 김 위원장이 ‘스포츠에 정치가 개입하면 어려워지니 단일팀은 스포츠가 스스로 풀도록 하자’고 말했는데 이 부분은 방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문재덕 조선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이달 중 실무회담을 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의 해석은 반대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김정길 대한체육회장이 김 위원장에게 다가와 단일팀 문제를 꺼내자 곁에 있던 노 대통령이 ‘단일팀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김 위원장은 합의문 작성 실무를 맡은 최승철 노동당 통일전선부 부부장을 불러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다시 확인한 뒤 “남측은 올림픽도 하고 해서 체육 기량이 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스포츠에 정치는 개입시키지 말자”고 말했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체육 기량에서 남측과 북측의 실력 차가 크니 굳이 단일팀을 만들지 말자는 얘기로 해석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선수 선발에서 남측은 경기력을, 북한은 동수 구성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한체육회 백성일 국제협력팀장도 “메달 유망 종목에서 실력을 고려하지 않고 선수를 선발할 수는 없는 일 아니냐” 고 말했다.

 
예영준·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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