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향방따라 좌우될 북핵(김일성사후의 한반도: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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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정일체제 굳어지면 타협적 자세 예상/혼란땐 국제압력 대처 개발 가속화우려
김일성의 사망 이후에도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계속할 것인가. 이 문제는 북한의 권력구조가 어떻게 재편될지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고,북한의 권력질서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정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왜 핵개발을 시도하고 있는지를 분석함으로써 북한의 핵개발정책의 앞날을 점쳐보는 것은 가능하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추진해온 이유에 대한 분석은 대체로 세가지다. 우선 냉전종식과 함께 대부분의 공산국가가 몰락하는 추세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하는 입장이 있다.
핵무기 개발로 외부로부터 가해지는 북한에 대한 안보위협에 대비하는 한편 핵카드를 이용해 서방국들이 가해오는 개방 압력을 봉쇄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북한은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두번째로 북한의 핵카드가 그들이 국제사회에 동참하기 위해 필요한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싼 값으로」얻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하는 입장이 있다.
미국은 북한을 적성국으로 규정하고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건전한 국가로서의 자격을 갖춰야만 관계를 개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핵개발 의혹은 미국이 취하고 있는 핵확산방지를 위한 노력등 미국의 세계전략에 큰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이같은 약점을 잘 알고 있는 북한이 핵카드의 효용을 극대화해 미국이 북한의 인권등 다른 문제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도록 하는 상태에서 미국과 관계개선을 끌어내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입장에서 보면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개선이 충분히 달성되는 시점에 가면 핵개발을 포기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북한의 핵개발 의도를 분석하는 세번째 입장은 앞의 두가지 입장을 절충한 것이다.
북한이 언젠가는 체제를 개방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나 급작스런 개방이 곧 체제붕괴로 이어질 것을 우려,예컨대 김정일을 중심으로 한 권력구조가 완전히 뿌리를 내리는등 개방에 대비한 내부적 준비가 끝날 때까지 핵카드를 이용해 서방의 개방압력을 봉쇄하려 한다는 입장이다.
이 입장에 따르면 북한의 내부적 준비가 완료되는 시점에 가면 핵의혹을 해소할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들 세가지 입장은 최소한 일정한 시기까지는 북한이 핵개발 의혹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공통된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전망은 김일성의 사망이 북한의 핵전략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않을 것이라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아직까지 김일성 사후 북한의 기존 권력질서가 완전히 뒤바뀌는 조짐이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까지의 북한 핵전략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일단 추정할 수 있다.
다만 김일성은 중국의 원로 지도자들과 개인적 친분이 깊은 점을 활용해 자신의 정책이 국제사회에서 통용될 수 있도록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김일성 사망후 북한이 핵개발을 포기토록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력이 가중될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또 김일성과 같은 카리스마를 지니지 못한 김정일이 후계자로서 지위를 굳히기 위해서는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향상시키기 위해 과거보다 과감한 개혁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북한은 핵개발을 포기하거나 최소한 과거보다 타협적인 자세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김정일체제가 뿌리 내리지 못하고 북한 정국이 혼란에 빠질 경우 사태는 정반대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외부세계로부터 북한 체제에 주어지는 위협을 더욱 심각하게 느끼게될 가능성이 있으며,핵개발을 가속화함으로써 그같은 위협에 대처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
또 북한 주민들에 대한 통제도 강화하는등 더욱 폐쇄적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예상들은 모두 장기적인 것은 못된다.
장기적으로 볼 때 북한은 내부에서 어떤 변화를 겪더라도 폐쇄적 체제로 인한 경제난등을 극복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개방·개혁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고,이를 위해선 핵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대전제가 있다.
따라서 궁극적으로는 북한도 핵확산방지라는 시대적 조류에 합류해 핵개발을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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