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것보다 낡은것이 좋다-중고패션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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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새것보다는 낡은 것이 좋다.」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이같은 유행경향은 새로운 것을 거부하고 낡은 것을 선호하는 이른바 中古主義.금방 산 것같은 느낌을 주는 반듯하고 틀이 잡힌 옷보다 빛이 바래거나 낡고 해진듯한 느낌을 주는 옷,여러해동안 입 어 군데군데 찢어졌거나 떨어져나간 중고옷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봄 리바이스501로 대표되는 중고 수입진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신세대들에게 한바탕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국내에도 중고주의시대가 열렸다.서울 중심부 대학가에는 아예 중고진만 취급하는 전문매장까지 등장했을 정도다.이같은 초기 중 고주의가 이번 시즌에는 더욱 확대돼 진은 물론 반바지.셔츠류 등에도 중고주의 이미지를 그대로 적용한 옷들이 선보이고 있다.
워싱처리한 빛바랜 진,낡은 사진첩을 연상시키는 갈색톤의 셔츠,마.면등 천연소재가 섞인 진,구겨지거나 후줄근한 느낌을 주는반팔티셔츠 등이 유행 품목으로 자리잡고 있다.
중고품과 낡은 보세품을 취급하는 매장으로 이대 앞의 나일론.
조앤드빌,압구정동의 시그널,논노가 직영하는 워크스테이션등이 생겨나 성업중이다.환경보호가 全지구적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패션에도 재활용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패션의 재활용바 람은 80년대말로 거슬러 올라간다.전세계적으로 자연보호운동이 일기시작하면서「가공하지 않은」이미지를 담은 옷들이 패션쇼등을 통해 소개되기 시작했다.천연소재.염료를 사용하거나 벼룩시장등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모은 옷들이 장 폴 고티에,줄 리베티,앤 데무레메스터,장 콜로나등 신인 디자이너들의 작품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심지어 그라스 반 노탱 같은 디자이너는 벼룩시장에서 사온 옷에 그대로 자신의 상표를 붙여 팔기도 하고 봉제선을 뜯어 재봉을 새로 하거나 부분만을 수정해 자신의 옷으로 내놓기도 했다.
미국.유럽.일본등지에서 이미 7~8년전부터 50~ 1백년된 진이 수백만원의 고가에 팔리고 있는 현실과도 일치한다고 볼수 있다. 그런지룩(부랑자패션)이 일부러 찢거나 뚫었다는 인위적 느낌이 강한 반면 최근 대두되는 중고주의는 사용했던 것을 그대로다시 사용한다는 의미에서 훨씬 환경중심적이다.
최근 열린 파리 프레타포르테 94~95추동쇼에서 장 폴 고티에는 몽고.티베트의 민속의상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을 주는 옷을 내놓아 세계인을 놀라게 했다.가공하지 않은 아름다움을보여주려한 것이다.
〈李貞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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