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3단계회담>中.美 "핵은 안된다" 원칙 강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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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요구를 외면한채 寧邊의 5㎿ 원자로에 대한 핵연료봉 교체를 마무리지었던 지난 6월초,미국내 여론은 벌집을 쑤셔 놓은듯 했다.북한을 성토하고 클린턴정부의 유약함을 꼬집는 논설과 칼럼이 연일 게 재됐고,타임등 주요 시사잡지들은 제2의 한국전 가상 시나리오를 소개해「매派」들의 기세를 돋웠다.
이같은 분위기에서 열린 6월13일의 백악관 회의는 국무부와 국방부의 한판 대결이었다.갖가지 비관적인 상황을 들어 한반도 군사력 증강을 역설하는 국방부의 주장은 명분이나 논리에서「비둘기派」를 압도했다.그러나 최종 결정은「일단 유보」 .한번 더 지켜보자는 것으로 격론이 마무리됐다.
흔히「인내 외교」로 불리는 미국의 對북한핵 외교전략은 겉으로드러나는 물렁물렁함과는 달리 몇가지「불변」의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특징이다.그 두개의「기본틀」은▲모든 방법을 동원,북한핵 개발을 저지하고▲그러나 최후의 순간까지 외교적으 로 이같은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미국입장에서 볼때 북한핵은 왜 허용할 수 없는 것일까.가장 우선적으로 꼽히는 이유가 한국및 주한미군의 안위 문제다.한반도방위가 흔들리면 그 여파가 일본및 亞太지역 전체로 파급될 가능성을 걱정하는 것이다.
핵의 도미노化에 대한 우려도 미국을 불안하게 하는 점이다.북한핵을 억제하지 못할 경우 일본의 재무장을 비롯,한국.대만.이라크등 20여 잠재적 핵보유국들이 핵개발 경쟁에 돌입하는,핵의「전국시대」가 도래하는 상황을 미국은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북한핵의 용인은 또 이제까지 미국이 공들여온 핵확산 금지 체제의 붕괴와 미국이 주도해온 냉전후 새로운 세계질서 구축 노력의 실패는 물론 미국의 지도력이 결정적으로 손상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내적으로도 북한핵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이미 보스니아.소말리아.중국의 최혜국대우(MFN)문제등 외교현안들을 처리하는 데 있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해온 클린턴정부로서는 이번마저 실패할 경우 가을에 실시될 중간선거와 향후의 재선 에 심대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북한핵은 로버트 갈루치 美국무차관보가 밝힌대로『미국 입장에서는 절대 방치할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러나 미국의 외교적 대응은 일견 양보와 후퇴만을 거듭해오고있는 것으로 보여온 것도 사실이다.이런 점에서 저널리스트 마이클 캐츠씨의「행주치마 외교」라는 표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북한의 협상전략이「잘게 썰고」,「벼랑끝까지 몰아가 는」것이라면 미국의 그것은 받아주는 듯하면서 사실은 멀리서부터 포위망을 압축해가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지난 3월28일의 유엔안보리 의장성명 채택은 미국의 이같은「참으며 외곽 조이기」전략의 전형적 예다.즉 중국이나 일본이 어쩔 수 없이 동의할 때까지 양보를 거듭해 결국 미국의 최종 결정에 동참하도록 만드는,「발톱을 감춘」인내 외교의 한 측면이라는 지적이다.
북한의 영변원자로 연료봉 교체 강행 이후 유엔을 통한 對北제재를 밀어붙이던 미국은 6월 중순 북한이 카터前대통령을 통해 핵개발 동결 메시지를 전해오자 역시 한걸음 물러선다.『제재는 곧 전쟁행위』라는 북한의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고 원칙대로 밀고나가는 확고한 의지 과시와 함께 양보가 제기되면 또 다시 협상테이블로 돌아간다는「인내 외교」의 양면이 그대로 드러난 예가 아닐 수 없다.
[워싱턴=金容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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