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침투 주력한 “자생간첩단”/「구국전위」 어떤 조직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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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0여건 대북보고문 “대기업노조에 활동목표”/철도·지하철 연대파업 배후조종 여부 추적
안기부가 2일 발표한 「조선노동당 남조선 지하당 구국전위」조직은 남파간첩이 끼지않은 자생적 간첩단이고 강령·규약·창립선언문등을 북한공작지도부로부터 직접 받아 활동해 왔다는데 특징이 있다.
또한 이번에 적발된 이조직은 기존의 간첩단과는 달리 이들이 국내 노동계에 역점을 두고 적극 침투하려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존의 간첩단 사건은 재야나 학생단체·노동계등에 골고루 조직역량을 집중해온데 비해 이들은 3년전부터 불경기와 함께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 대기업 노조에 활동목표를 맞추어 왔다는 것이다.
안기부는 북한 공작지도부가 93년도 현대그룹 노사분규를 평가,추후 투쟁방향을 제시한 13건의 지령문·교양자료와 구국전위 총책인 안재구씨(61)가 북한지도부에 보낸 10여건의 대북 보고문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결론지었다고 밝히고 있다.
안기부는 특히 이 조직의 서울지역책인 박내군씨(32·구속)가포섭한 중간조직망으로부터 교육을 받은 하부조직원 7∼8명이 철도와 지하철노조에 침투,활동해온 사실을 밝혀내고 이번 철도·지하철 연대파업사태를 배후조종하거나 개입했을 가능 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펴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이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포섭자 명단등이 특정되지 않은 문제점이 있어 보강 수사를 벌여 기소단계에서 결과를 발표하겠다』며 단정을 유보한 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안기부가 이들에게서 압수한 지령문중 올 1월에 북한으로부터 접수한「조직 하반년도 사업방향」과 「현대그룹 계열사의 노동자 파업투쟁에 대한 평가」에는 노동계에 대한 활동지시가 자세히 나타나 있어 본격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 부분에서 현대노조의 투쟁방향과 문제점이 구체적으로 적시돼있어 내부 관련자가 있을 가능성 크며 현대그룹은 물론 다른 대형사업장에도 이들의 하부선이 침투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구체적 투쟁방향은 ▲임금인상폭을 지나 치게 높이 제기하지 말것 ▲계열사문제와 그룹문제를 갈라서 투쟁할 것 ▲현총련을 내세울 것 ▲반정부 정치권과 연대를 강화할 것등 구체적이라는 설명이다.〈김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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