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합의교향악울릴것인가>4.남북정상회담-難局타개 정치결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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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남북정상회담은 성사 자체만으로도 양쪽의 국내정치에 큰 영향을미치게 될 것이 틀림없다.이번 회담은 순식간에 결정된 것이지만양측 모두 상당한 정치적 고려를 거친 결단이다.
全斗煥대통령때는 밀사까지 오가며 회담이 준비됐고,盧泰愚대통령때는 정상회담을 위해 다른 문제를 희생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까지 했다.
이번 회담 성사 배경은 핵문제가 방아쇠 역할을 한것이 분명하나 양쪽의 정치 사정과 최고지도자의 생각 변화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이 있다.양쪽의 내부사정도 그때와 달라졌다.정통성 시비도 마무리됐다.정치환경도 바뀌었다.
82세인 金日成주석의 가장 큰 관심은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와金正日후계 체제를 다지는 것이다.이러한 보장은 전쟁 당사자인 미국.한국과의 관계를 정리하는데서 출발하지 않을 수 없다.
金주석은 무력까지 동원해가며 통일을 지상 과제로 제시해왔다.
그렇지만 내년이면 분단 50년을 맞지만 경제적 격차는 벌어지고통일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보여주기 어려운 처지다.이것은 물리적 은퇴가 가까워지고 있는 金주석에게 부담이다.
金주석이 이런 문제들을 해소하는데는 정상회담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거나 유일한 카드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는 않다.그러나『그동안 벼랑끝까지 몰고간 강경파들의 대결 외교노선은 한계를 노출해 대화노선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吉昇欽교수 .서울大)는것이다. 이런 정치적 고려는 남측에서 훨씬 큰 비중으로 작용한것으로 보인다.
金泳三대통령의 개혁드라이브는 상당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1년이안돼 퇴색해가고 있다.
집권 초기와 달리 경제현실을 보는 눈도 달라지고 있다.우루과이라운드등 여론을 비켜나는 현안들이 발목을 잡고 있고,司正정국의 칼날은 거꾸로 상무대문제등 현 집권층의 정치자금 문제를 겨누고 있다.결국 희망의 정치로 전환하는 돌파구는 남북관계에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다.
북한은 이번 평양회담을 성공시키면 美國과 南韓을 동시에 굴복시켰다고 선전 할 수 있다.카터前美대통령에 이어 金대통령까지 평양을 방문해 金주석에게「德談」을 할 것이기 때문이다.이런 덕담이 북한 언론을 통해 찬양으로 바뀌는 것은 정해 진 일이다.
더구나「勝戰기념일」인 7월27일을 계기로 북한 자주외교노선의승리에 대한 선전은 金父子체제에 대한 열렬한 충성 분위기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金대통령이 선뜻 받아들인 것은 역시 상당한 자신감의표시다. 『이미 남북 사이의 승부는 나있어 일단 그들의 변화가진실된 것이라고 믿어보자는 자신감을 보인 것』(吉昇欽교수)이라는 것이다.과거 정권과는 달리 문민정부라는 기반 때문에 정략적결단이라는 비난을 받을 부담도 적다.
이렇게 믿는 근거는 북한 내부의 경제적 절박성에도 있다.북한은 개방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입장이다.사회주의권의 위축으로 과거 위치에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고립을 피할 수 없게됐다.
체제 유지는 주민들의 경제적 불만과 직결돼 있어 자본주의권과의 교류.개방이 불가피하다.그러나 남측을 배제하고는,최소한 남측과 상징적인 관계 개선이라도 하지 않고는 이마저 어렵다.북측의 개방에 가장 적극적인 의욕을 보이는 것도 남측 경제인들이다.이런 남측 경제인들의 열의는 金대통령에게도 부담이 되고 있다.수차례 핵문제와 經協이 묶였다 풀렸다 하면서 對北진출은 뒤죽박죽돼버렸다.정상회담 한번으로 모든게 일괄타결될 수는 없어도 최소한 그런 노력은 보일 수 있다.
金대통령은 또 이 회담으로 역대 정권과 면모를 달리하고,통일의 길을 연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게 되는 정치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국민 정서를 감안하면 이는 광범위한 지지를 확보할 수있고 집권 후반기 일정을 더욱 주도적으로 화려하 게 장식할 힘이 될 수 있다.
이런 정치적 계산들은 이번 회담을 의심하고 평가절하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이런 정치적 요인들이 이번 정상회담을 알맹이 없는 행사로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부차적 요인들 때문에 정상회담과 그에 이르는 정치적 결단의 역사적 의미 자체가 부정될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金鎭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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