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코프스키 콩쿠르/백혜선·제니퍼고 등 4명 본선입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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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한국인 “독무대”/백혜선,한국 국적으로 첫 영예/피아노/제니퍼고 1등없는 2등 수위/바이올린/강민정,「타이베이」서 기량뽐내/바이올린
74년 정명훈씨가 미국 국적으로 이 대회 2위를 차지한 바 있는 피아노 부문은 다른 국제콩쿠르에서도 그동안 여자 피아니스트가 입상하는 것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고 상대적으로 동양세가강한 바이올린 부문에 비해 값진 성과로 평가된다 .
바이올린부문에서 1등없는 공동2위를 차지한 재미교포2세 제니퍼 고양(17)은 92년 차이코프스키 영 인터내셔널콩쿠르에서도 1위를 차지한 바 있어 사실상 양대 콩쿠르를 제패한 셈이 됐다. 범국가 차원에서 엄청난 재정지원을 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이번 대회에서 바이올린부문 5위에 입상했을 뿐이다.
한편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2년에 재학중인 바이올리니스트 강민정양(20)이「타이베이 국제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에 일본인 치바 준코(줄리어드 음악원)와 공동입상했다.
예원·서울예고를 거쳐 국내에서만 음악수업을 한 강양이 이번 성과를 거둔 것에 대해 국내 음악인들은 줄리어드·커티스·피바디음악원등 세계 유수 음악교육기관의 학생들과 경연을 벌여 당당히 승리했다며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어린 나이에 외국으로 유학을가 유명한 교수를 사사해야만 성공한다는 그동안의 통념을 뛰어넘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이강숙교장은『한국 음악인들의 기량은 이미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고 말하고『우리 음악인들은 특히 전적으로 가정의 지원에만 의존,개인적인 노력과 천부적인 재능으로만 성공해왔는데 이제 조직적인 지원과 효과적이고 다 양한 환경조성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여러 국제콩쿠르에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좋은 성적을 올리는 한편 각종 해외공연에서도 장영주양등이 최고의 연주자로 평가받는 가운데 국내의 음악환경에서도 국제콩쿠르를 개최할 수 있는 역량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채규진기자〉
◎피아니스트 백혜선씨 일문일답/“4년전 출전 예선서 탈락/슈만음악 연주 가장 좋아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서 한국 국적 음악인으론 처음으로 입상한 백혜선씨는 입상 소감을 묻자『세계적인 권위의 콩쿠르에서 입상하게돼 기쁘다』며『4년전 예선 탈락했던 경험이 있어 비로소 인정받는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1문1답중 주요 내용.
―이번 대회에 입상한 이유가 어디 있다고 생각하나.
『당일 연주할때 기분이 무척 좋았다.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순간부터 끝날 때까지 다른 생각없이 음악에 취한다는 느낌이었다.심사위원들이 특히 표현력을 중요시한 것 같았는데 이런 부분에서 큰 점수를 받은 것 같다.』
―특히 자신있는 곡은 무엇인가.
『슈만을 유별나게 좋아한다.슈만의 곡은 연주할때 언제나 기분이 좋다.』
―하루 몇시간씩 연습을 하나.
『매일 평균 6시간에서 7시간씩 연습해 피아노를 껴안고 사는편이다.』
―고국을 떠난지 오랜된 것으로 아는데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음악수업을 했는가.
『15년전 예원중학 1년때 미국 유학을 갔다.그 이후론 오로지 음악하고 살았다.한국에는 지난 91년부터 매년 한번 정도 들러 연주회를 가졌다.』
65년 대구산인 백씨는 4년전 돌아가신 아버지 백준기씨와 어머니 천기순씨 사이의 3남1녀중 셋째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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