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 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하수의 마늘모, 고수의 밭전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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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제 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32강전 하이라이트>
○·최철한 9단(한국)  ●·황이중 6단(중국)

 

최철한 9단은 ‘이창호’를 극복한 최초의 신예 기사였다. 그가 이창호의 후계 자리를 놓고 이세돌 9단과 경쟁을 시작할 때 사람들은 “두 살 어린 최철한 쪽이 더 유력할 수 있다”고 했다. 하늘을 찌를 듯했던 최철한의 기세는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 이세돌은 펄펄 날고 최철한은 감(感)을 잃은 채 헤매고 있다.

32강전 전날 밤, 10번째로 지명권을 얻은 중국 17위 황이중(黃奕中)은 남은 한국기사 3명(최철한·박영훈·백홍석)의 이름을 찬찬히 살피더니 최철한을 선택했다. 그 역시 최철한의 부진을 알고 있었다.

◆장면1(20~30)=황이중 6단이 우변과 하변 일대에 대모양을 펼치자 최철한 9단은 즉각 20으로 삭감한다. A의 침입이 통렬한 노림수로 남아 있는 곳인데 조금 아까운 느낌도 있다는 것이 김지석 4단의 감상. 그러나 국면의 포인트는 30의 밭전(田)자 행마. ‘하수의 마늘모, 고수의 밭전자’라는 말이 암시하듯 밭전자의 중앙은 함부로 째다간 걸려들기 십상이다. 그게 상식이다.

 그러나 백B나 C가 좋아서 이대로 놔둘 수는 없다. 흑의 다음 수는 어디가 최선일까.

 ◆장면2(31~37)=황이중은 즉각 31로 가운데를 째고 나왔는데 상식을 외면한 이 수가 지금은 유력한 강수였다. 32, 34로 절단했으나 흑은 35 다음 37의 빈 삼각으로 꾸역꾸역 기어 나온다. 흑이 강한 지역이라 축이나 장문이 안 된다면 백도 심각하다. 유일한 해결책은 돌을 효과적으로 죽이는 사석전법뿐인데….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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