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외국인 … 6200억 ‘바이 코리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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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가 2000 선을 재탈환하고 다시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에 들어섰다. 이날 사상 최고치(2014.09)를 기록한 서울 증시가 상승 탄력을 회복한 배경에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정이 자리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부실의 여파로 세계 증시가 홍역을 치렀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내리고 유럽 중앙은행들이 적극 시장에 개입한 것이 안전판 역할을 했다. “서브프라임 쇼크가 더 이상의 악재가 아니다”는 자신감이 투자심리 안정을 불렀다.

 세계 경제의 큰 흐름이 바뀌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 금융시장이 서브프라임 쓰나미에 허우적대는 동안에도 중국·인도 증시는 거꾸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동안 세계 경제는 미국 중심의 단발 엔진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인도 등이 가세하면서 세계 경제가 쌍발 엔진을 장착해 보다 안정적인 비행을 하는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센터장은 “중국·인도의 고성장이 세계경제에 대한 우려를 상쇄해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10년간 세계 경제의 구도와 체질이 몰라보게 변모했다는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도 2일 코스피의 사상 최고치보다 외국인투자자들의 움직임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코스피는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와, 전날 미국 다우지수의 사상 최고치 경신 소식으로 오전부터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렸다. 외국인은 이날 닷새 만에 매수세로 돌아서 6209억원어치나 순매수했다. 지난해 12월 14일 7779억원을 순매수한 이후 최대 규모다. 기관도 이날 919억원을 순매수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한 번의 대규모 매수로 외국인 매수세가 이어질 것이라 단언하기 힘들지만, 최소한 외국인 순매도세가 멈춘 것만 해도 시장심리가 호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날 순매수를 계기로 서울 증시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각이 바뀌고 수급에 변화가 생기는 게 아니냐고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전문가들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외국인들이 그동안 서울 증시에서 과도하게 매도했다는 점과 6자회담 진전, 남북 정상회담 등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고 있는 점이 외국인의 투자심리에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익 센터장은 “달러 약세가 심화되면서 달러표시 자산에서 탈출하려는 움직임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전히 풍부한 세계 유동성이 신흥증시 등 비(非)달러자산에 흘러들고 있다는 것이다.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아시아 이머징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것이 코스피 시장에도 외국인의 컴백을 예고하는 대목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2000 선을 회복한 서울 증시가 추가 급등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우리투자증권 박종현 리서치센터장은 “이제는 한국 자체의 모멘텀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증권도 이날 10월 코스피 지수가 최저 1850, 최고 2060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신중한 전망을 내놓았다. 6개월 전망으로는 1820~2220을 제시했다. 한편 이날 세계 증시는 일제히 상승했다. 1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38% 오른 14087.55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데 이어, 일본 닛케이지수도 2일 1.19% 오른 17046.78로 마감했다. 싱가포르와 홍콩·호주 증시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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