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CoverStory] 게임업계 새 노다지 '캐주얼 게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2004년 11월. 게임업계에서조차 생소한 ‘드래곤 플라이’라는 작은 게임사가 1인칭 슈팅 게임 ‘스페셜포스’를 세상에 내놨다. 게이머가 특수부대원 역할을 맡아 요인 구출이나 건물 폭파 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게임이다. 15명의 개발자가 1년 동안 매달렸고 20억여원을 들였다. 이 게임은 3년 남짓 만인 9월 현재 1300억원을 벌었다. 국내 이용자만 1300만 명이다. 30명이던 드래곤 플라이의 직원 수는 그동안 130명으로 늘었다.

캐주얼 게임이 게임업계의 새 ‘노다지’로 떠올랐다. 캐주얼 게임 인구가 급증하며 누적 매출액이 1000억원을 넘는 게임들이 쏟아지고 있다. 캐주얼 게임은 개발 인력 15명 안팎이면 만들 수 있다.

개발 비용도 20억원이면 충분하다. ‘1000억 클럽’에 가입할 경우 대박을 떠뜨리는 셈이다. 게임업게에서 “잘 키운 캐주얼 게임 하나가 중소기업 부럽지 않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카트라이더·스페셜포스·오디션·던전앤파이터·프리스타일·서든어택 등이 모두 누적 매출 1000억 클럽에 가입했거나 가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넥슨의 민용재 사업본부장은 “캐주얼 게임은 조작법이 쉽고 잠깐 잠깐 즐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어서 여성과 30~40대 이용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잘나가는 캐주얼 게임은 일자리도 많이 만든다. 게임 이용자가 늘어나면 게임의 업그레이드 할 인력이 필요해진다. 드래곤 플라이의 경우 국내외에 서비스하는 데 필요한 네트워크·서버 관리와 게임 업그레이드 분야의 일자리를 500개 이상 창출했다. 해외에 수출하면 마케팅이나 해외 서비스 담당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또 스페셜포스처럼 프로게임대회인 e스포츠의 공식 종목으로 선정되면 방송 중계 인력이 늘어난다. 한국e스포츠협회 이제훈 이사는 “게임은 세상에 없던 새로운 일자리들을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국산 캐주얼 게임은 이미 중국·동남아 시장을 휘어잡고, 올 초부터는 미국 시장을 공략 중이다.

김정환 제이씨엔터테인먼트 부사장은 “캐주얼 게임 역시 대형 게임 못지않은 기술력과 시나리오가 필요하다”며 “해외시장에서 성공하는 캐주얼 게임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만큼 캐주얼 게임이 국산 게임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캐주얼 게임의 전성시대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왕성한 창작력과 기획력을 가진 개발자들이 소형 게임에만 매달리면 영화·오페라·만화 소재로 두루 쓰이는 대형 게임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정훈 기자

◆캐주얼 게임=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고 조작법도 쉬운 게임이다. 플레이 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조작법이 어려운 대형 온라인 게임(MMORPG)을 ‘하드코어 게임’이라고 부르는 데 대한 상대적 개념이다. 1년 안팎의 시간과 20억원 정도면 개발할 수 있어 3년여의 기간과 100억원 이상이 필요한 MMORPG보다 제작비가 적게 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