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TV보게 해달라며 죄수들 단식투쟁-출전못한 나라 더 난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지구촌이 월드컵 열기로 시끄럽다.
지난 18일 독일-볼리비아전을 시작으로 몰아치기 시작한 월드컵 열풍은 가위 광적이라 할 정도로 30억 축구팬들을 사로잡고있다. 이 때문에 웃지 못할 사건들이 연일 지구촌 곳곳에서 터져 축구경기 못지 않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해 주고 있다.
월드컵 축구 중계 때문에 커피숍 업주들은 매상이 격감해 죽을맛이고,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는 벨기에가 모로코를 1-0으로 물리치자 광장으로 몰려나온 벨기에인과 모로코인 사이에 총격전이발생하는 불상사가 있었다.
전 인구의 93%가 월드컵 중계를 시청하고 있는 브라질에서는시청.학교.병원등 공공기관들까지 월드컵 중계시간에 맞춰 근무시간을 조정했다.
지역예선에서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에 밀려 본선무대조차 밟아보지 못한 중국에서도 월드컵 열풍은 남미.유럽에 못지 않은 듯 국민들이 밤늦도록 시끌벅적하게 월드컵을 시청하자 급기야 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가 1면에『제발 고래고래 고함 지 르지 말고 조용히 TV를 시청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할 정도.하지만 이번 월드컵으로 인한 토픽 가운데 백미는 뭐니뭐니 해도 방글라데시에서 일어난 주민들의 발전소 난입사건과 죄수들의 집단 단식투쟁을꼽을 수 있다.
미국-스위스의 경기는 당사자인 두 국가의 국민들보다 어찌된 셈인지 이들과 전혀 상관이 없는 머나먼 방글라데시에서 폭발적인인기(?)를 끌었던 것.중계방송 도중 갑자기 전기가 나가 중계방송을 계속 지켜 볼 수 없게 되자 흥분한 주민 2백여명이 발전소에 난입,단전조치에 항의하며 유리창 수백장을 박살냈다.이 사건으로 발전소 직원 두명이 크게 다쳐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또한 죄수들은 축구경기를 관람할 수 있게 감방에 TV수상기를 설치해 달라며 희대의 집단 단식투쟁을 벌였다.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1백40㎞ 떨어진 페니市의 형무소 죄수 1백여명은식사를 거부하며 교정 당국에 이를 강력히 요청했지 만 그들의 애절한 탄원은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金世俊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