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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순례>7.서공철류 가야금산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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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요즈음 우리 국민은 전통의 소리와 전통의 몸짓을 좋아하고 있다.특히 판소리나 민요가수는 대중들로부터 특별한 사랑을 받고 있다. 나는 무용가로서 당연히 음악과 함께 작업을 해야 하는 입장이니 국악을 좋아하고 거의 대부분의 연주회에 참석한다.이들중 참 드물게 진한 감동을 맛본 연주가 91년 예음문화재단이 기획한「가야금 여섯바탕전」에 포함됐던「한숙구제 서공철류 가야금산조」다.
서공철류 가야금산조는 다른 산조에 비해 터치가 강하고 울렁거림이 느껴질 정도의 힘을 느끼게 해준다.특히 휘모리에 들어가면그동안 못들어보던 묘하고도 기이한 가락이 쏟아져 나온다.조가 바뀔 때도 어긋나지 않고 반드시 본청으로 돌아가 는 것도 내 귀엔 색다른 매력이었다.
현재 서공철(1911~1982)의 가야금산조를 완숙하게 연주하고 있는 명인으로는 국립국악원연주자인 강정숙씨를 꼽을 수 있다. 서공철은 경기도 여주 출신으로 어려서 전남 화순으로 내려가 정남옥 문하에서 가야금을 배웠고 강정숙은 73년부터 80년까지 서공철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남원 출신의 강씨는 어렸을 적부터 판소리를 시작해 최고의 명창들에게 끊임없이 배웠고 국립창극단을 거쳐 현재 국립국악원 지도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그는 다른 산조들에 비해 지나치게 까다롭고 微分音(한국음악의기본성이지만)이 너무 어려워 고생도 했으나 끈질긴 집념으로 이제 듣기에도 미묘한 음들로 우리를 사로잡고 있는 것이다.
우조로 시작하면 반드시 우조로 끝나고 계면으로 시작하면 반드시 계면으로 끝나며 정확하게 길이 나 있는 진양조는 듣는 이로하여금 빠져들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그래서 김청만의 반주가 소리와 함께 장단을 가지고 노는 실황의 감격을 담은 CD(서울음반 제작)는 내가 가장 즐기는 음반중 하나다.
다스름.진양조.중모리.중중모리.굿거리.자진모리.휘모리의 순서로 이어지면서 농현의 떨림소리가 끝맺을 때마다 소름끼치게 가슴에 파고 드는 서공철류산조 한바탕의 맛을 그대로 전해주기 때문이다. 이토록 귀하고 독특한 가야금산조가 강정숙 한사람으로만끝나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서공철의 친손자(서승원)를 비롯한많은 제자들에게 전수되고 있다고 하니 천만다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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