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랑>전공이 필요한 출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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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처음 출판을 시작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도움말을 요청해오는 경우가 가끔 있다.어떤 책을 내야「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십수년을 출판에 종사해온 명망있는 출판경영의 高手분들도『이제는 정말 어떤 책을 내야 될지 모르겠다』고 입버릇 처럼 되뇌는마당에 내게 딱이 묘수가 있을리 없다.새로 출판을 시작하는 사람들 중에는 정말 책에 대한 향수를 떨쳐버리지 못해 늦깎이로 입문하는 분들도 있고 금광을 캐러온 「클레멘타인」의 아버지 같은 분들도 있다.아무렴! 출판분야라고 노다지 광이 왜 없겠는가.실제로 책 한권 잘 출판해서 시쳇말로 떼부자가 된 분들도 또한 없지 않으니 그런 생각도 무리는 아니겠다.
그러나 출판이 아무리 문화사업이라지만 출판인 모두가 「메디치」家가 될수는 없지 않은가.여기에 출판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의딜레마가 있을 터다.
그렇다면 길은 하나다.자기 출판사의 전공을 찾아내는 일이다.
출판 분야에도 구멍(Niche)은 많이 있다.책방에 들러 보면어떤 분야에는 「정보공해」라 해도 좋을 만큼 「그 얼굴이 그 얼굴」인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고,어떤 분야에 는 쓸만한 책한권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바로 이런 분야가 구멍이다.이 분야에서 자기 나름의 색깔을 잘 우려내 출판을 하면 독자는 얼마든지 꼬인다.
예를 들면 巫俗만을 전공으로 해도,심지어는 印度만을 전공으로해도 될 것이다.ㄱ출판사는 한국소설,ㄴ출판사는 서양철학,ㄷ은 러시아,ㄹ은… 하는 식으로 전공이 생긴다면 지금의 출판풍토나 독서환경이 훨씬 더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자기 전공을 찾아내잘 가꾸어 가는 길이 출판사의 포지셔닝에도,나아가 성공에도 이르는 지름길이다.시류나 요행만을 좇다 보면 어느덧 내가 설 자리는 없어지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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