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고추' 매운맛 한번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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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작은 고추가 매웠다. 올 들어 펀드 시장의 절대 강자는 중소형주 펀드였다. 거침없는 중소형주의 상승세 덕분이다. 증시가 본격 상승했던 3월부터 7월까지 대형주는 31.84% 오르는 데 그친 반면 중형주는 56.53%, 소형주는 73.39%나 뛰었다. 덕분에 동양중소형주고배당주식·동부TheClassic진주찾기의 1년 수익률은 70%를 웃돌았다.

그러나 지금 가입해도 그렇게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을지는 불안하다. 게다가 최근 급등락 장세에서 중소형주 펀드의 성적은 시원치 않았다. 그렇다고 중소형주 펀드를 외면하자니 높은 수익률을 놓치게 되는 건 아닌가 싶어 찜찜하다.

◆최근 코스피 상승률에도 못 미쳐=중소형주 펀드의 최근 성과는 실망 그 자체다. 제로인에 따르면 중소형주 펀드로 분류되는 펀드 가운데 최근 1개월 수익률이 주식형 펀드 평균(9.04%)을 웃도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심지어 코스피지수 상승률(7.14%)에도 못 미쳤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증시가 급등락하면서 중소형주가 크게 움직인 탓이다. 중소형주 펀드는 오를 때는 많이 오르지만 내릴 때도 큰 폭으로 내린다.

10월 이후 증시가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중소형주 펀드가 다시 높은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앞선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증시가 이전처럼 가파르게 오를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전망한다. 일부선 오히려 대형주 펀드에 투자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한다. 한국투자증권 박승훈 자산전략부장은 “앞으론 철저히 분산투자 차원에서 중소형주 펀드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안하다면 인덱스 펀드로=중소형주 펀드 투자를 결심하더라도 어떤 펀드를 들어야 할지 막막하다. 순간의 선택에 따라 1년 수익률 차가 30%포인트 이상 벌어지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김남수 연구원은 “중소형주 펀드는 매니저가 어떤 종목을 고르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이라며 “좋은 중소형주 펀드를 고르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일단 좋은 펀드를 고르는 손쉬운 방법은 수익률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 수익률에만 의존하는 것은 백미러를 보고 운전하는 것과 같다. 수익률뿐 아니라 변동성, 운용사의 철학, 매니저의 능력 등을 고루 살펴야 한다.

꼼꼼히 따지기 어렵다면 인덱스형으로 투자할 만하다. 최소 수익률이 지수 상승률만큼은 되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맵스노블레스미드캡인덱스주식형의 경우 거래소 시가총액 101∼300위 종목을 시총 규모 순으로 편입해 펀드를 구성하는데 1년 수익률이 80%를 웃돌았다. 미래에셋맵스운용 김승철 팀장은 “중소형주에 투자하지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며 “특정 종목에 영향을 안 받기 때문에 펀드 사이즈가 커져도 문제없다”고 말했다. 중소형주 스타일의 상장지수펀드(ETF)를 고르는 것도 방법이다. 중소형주 지수를 그대로 쫓아가는 데다 보수도 싸다. 한국증권 박승훈 부장은 다만 “ETF는 시장에서 거래가 되기 때문에 자칫 충동 매매를 할 수 있다”며 “이는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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