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명제 직전 가명예금 최대활용/이봉학씨 돈마련 수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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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5개월간 29개 점포서 38차례 입출금/지출마저도 자금비축… 선거 혼탁 우려
지방행정공제회 공금횡령사건은 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선거운동 자금 마련을 위해 지방공무원들의 주머니돈을 가로챘다는 점에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물론 이봉학 전이사장의 범행이 금융실명제 실시 이전에 이뤄진 것으로 확인되기는 했으나 적잖은 출마 예상자들이 거액의 선거자금을 미리 준비했을 것임을 암시해 단체장 선거의 과열·혼탁이 우려되고 있다.
이씨는 충남청양 출신으로 65년 K대법대를 졸업한뒤 내무부 주사로 출발,내무부 기획과장·성남시장·충남부지사를 거쳐 초대 대전직할시장을 역임했으며 92년2월부터 공제회이사장을 맡아 올3월 퇴임했다.이씨는 특히 이같은 행정경력 외에 도 민주산악회대전지부장을 지낸바 있어 확실한 민선시장 후보로 꼽혀온 인물이다.
이씨가 선거자금 마련을 위해 공금 10억3천만원을 횡령한뒤 사용한 가명계좌는 무려 15개.5개월간 29개 은행점포에서 38차례의 자금 세탁과정을 거쳤던 것으로 검찰의 자금추적 조사에서 확인됐다.
돈세탁을 위해 이씨는 ▲철저한 가명계좌로 입·출금을 반복하고 ▲사업자금 입·출금이 잦은 투자금융회사를 통해 수표를 교환하며 ▲일선 은행점포에서 타금융기관의 수표입금을 현금 입금된 것처럼 전표를 처리하는 방법등을 사용해 왔다.
이때 금융기관은 단기간 입금등의 방법을 통해 수신고를 높여 실적을 위장하는 한편 수수료를 챙겼고 돈세탁 의뢰자는 사직당국의 자금추적을 피하는 공생의 관계를 유지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송금된 돈을 가명계좌로 입·출금을 되풀이 해오다 모 투자금융에 수표와 현금으로 입금시킨뒤 이를 담보로 대출받는 편법까지 동원해 자금세탁을 철저히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은행등은 이씨의 부탁에 따라 수표입금된 자금이 현금 입금 된 것처럼 통장등에 기재한뒤 전표에만 수표입금 사실을 정리하거나 부도수표 여부만을 확인한뒤 현금으로 교환해줘 돈세탁이 가능하도록 해줬다.〈김우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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