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경의 나를 경영하기] 핸디의 '코끼리와 벼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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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애인이 최근에 당신을 대하는 태도가 예전과 달라졌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게다가 당신의 애인이 알고 보니 여러 사람을 사귀다 배신했던 아주 유명한 플레이보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설마 나만은 배신하지 않겠지' 하면서 그냥 몸 주고 마음 주고 다할 것인가? 실연에 대한 명언 중에 '차이기 전에 차라'라는 말이 있다. 상대방에게 차이기 전에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는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마음에 상처를 입고 억지로 차는 것은 여전히 괴로운 일이다. 따라서 차더라도 소극적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찰 필요가 있다. 사귀던 사람의 태도가 의심스러우면 하루빨리 다른 애인을 만들어 놓고 털끝 만한 미련도 없을 때 과감하게 차는 것이다. 좀 야비한가? 하지만 플레이보이가 더 야비한 것 아니겠는가!

요즘 직장인들은 회사로부터의 잠재적 실연(失戀) 대상자다. 회사는 이제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인원감축이나 명예퇴직이란 걸 무슨 원재료 절감 운동쯤으로 생각한다. 언제까지 변심을 자주 하는 회사를 짝사랑 할 것인가? 회사도 짝사랑하는 당신을 원치 않을 것이다. 적당히 잘 지내다가 좀 싫은 내색을 보이면 '쿨'하게 떠날 상대를 좋아하는 것이 플레이보이의 특색이다. 불행히도 우리 시대의 회사는 플레이보이가 되어 버렸다. 예전의 믿음직한 피앙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언제든지 배신당할 수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직장인들은 여전히 회사에 머물면서 고민만 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고민에 대해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와 안도감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에게 찰스 핸디의 '코끼리와 벼룩'(생각의 나무)이라는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의 저자는 거대하게 조직화된 회사를 코끼리에 비유한다. 반면 여기서 벗어나 프리랜서나 1인 기업으로 활동하는 개인을 벼룩에 비유한다. 덩치가 큰 코끼리는 변화에 둔감할 수밖에 없다. 기존 20세기 고용문화의 큰 기둥이었던 회사, 즉 코끼리들은 더 이상 구성원들의 평생고용을 책임져 주지 못한다. 따라서 그는 코끼리로부터 벗어나 벼룩처럼 나 혼자 힘으로 살아가라고 말한다. 물론 이러한 변화에는 두려움이 따른다. 그 역시도 거대한 조직에서 나와 프리랜서로의 첫 출발을 했을 때 상당한 두려움을 가졌다. 더 이상 자신의 이름 앞에 아무런 소속이나 직함이 붙지 않는다는 것에 상실감마저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코끼리의 보호가 없을수록 더 빨리 성장하는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정말 '쿨'하게 코끼리로부터 벗어나 벼룩처럼 혼자 힘으로 살아갈 준비를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무한투자㈜ 벤처기업 투자심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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