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반전 카드 고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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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고향인 경남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을 찾아 선영에 성묘한 뒤 인근 군 부대 휴양시설에서 이틀을 묵고는 곧바로 서울로 올라왔다.

10월 2~4일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평양 남북 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김정일 위원장과의 회담을 닷새 앞두고 있는 노 대통령은 기대 못지않게 고민도 작지 않다고 한다. 평양 정상회담이 추석 식탁의 화제에서 뒷전으로 밀려나는 등 여론의 관심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26일 "신당의 대선 일정과 변양균.신정아 사건, 정윤재 파문 등에 밀려 남북 정상회담 분위기가 뜨지 않고 있어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의 명칭을 그동안 써 온 '2차 정상회담' 대신 '2007 남북 정상회담'으로 규정하기로 했다. 청와대가 굳이 2차라는 표현을 쓰지 않기로 한 건 2000년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과의 차별화에 비중을 두겠다는 의미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핵심 인사는 "2000년의 경우 남북 정상 간 첫 회담이라는 역사성만으로 충분히 의미가 컸다"며 "하지만 이번은 형식보다 내실 있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게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를 2000년 당시와 비교하는 것에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관심의 초점인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만남에 대해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1차(2000년) 때의 횟수나 시간과 비교해 성과를 판단하지 말아 달라"며 "그때는 만남 자체가 처음이어서 대화 시간이 중요했지만 그때 기준을 가지고 북측이 이번 회담의 의미를 1차보다 낮게 둔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했다.

◆'군사분계선 걸어서 넘기' 추진=정상회담에 관한 여론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한 일정도 추가되는 분위기다. 노 대통령이 출발일인 10월 2일 청와대 본관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는 데 이어 방북 길 중간에 시민과의 만남도 계획하고 있다. 개성 출입관리소(CIQ)에 도착한 뒤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건너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범여권의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차기 정권을 누가 잡더라도 뒤집을 수 없는 성과를 김정일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얻어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만큼 이번 회담에 임하는 노 대통령의 고심이 깊고 여론을 겨냥한 반전 카드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 같다고 이 관계자가 전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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