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파업 벌일 때인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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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울 및 부산 지하철 노조가 이미 쟁의발생신고를 낸 상태에서 기관차협의회마저 파업준비에 들어감으로써 지하철과 철도가 연대하는 대규모 파업가능성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중교통수단의 요체인 지하철과 철도에 근무하는 종사원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나 북한 핵문제로 온나라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때에 대규모 파업을 논의한다는건 우선 그 시기가 적절치 않다.
이와관련해 전국노조대표자회의(전노대)가 이들의 파업에 대비하여 지원책과 연대방안을 모색하고 이미 쟁의발생신고를 낸 다른 사업장과도 공동으로 파업시기를 집중시키겠다는 성명을 내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이는 제2노총을 법률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성급한 전략이 아닌가 생각된다.
노사간의 단체협상이 법적으로 보장되고 있는 틀속에서 노사협상의 기본원칙은 자율협상의 보장에 있다고 본다. 그러나 전국 철도기관사·기관조사·겸수원 등 철도노동자 6천5백여명으로 구성된 전국기관차협의회(전기협)는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임의단체이기 때문에 파업을 감행할 경우 대량검거와 철도운행의 일부 마비 및 파행운행이 염려된다.
전기협이 강경자세를 보이는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변형근로시간제 폐지를 주요 협상안건으로 내걸고 있지만 그 내면에는 철도청의 대량 인원감축 계획을 포함한 경영합리화 방안에 대한 종사자들의 신분상 불안감이 깔려있음을 알 수 있다. 철도청은 이같은 사정을 감안해 종사자들의 불안을 해소해줄 수 있는 성의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철도청과 서울 및 부산시는 철도 및 지하철 종사자들의 요구사항을 외면하지 말고 대화를 통해 해결방법을 찾아보고,도움이 필요할 때는 정부차원으로 문제를 확대해 파국없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다시말해 철도와 지하철의 공공성과 대중교통수단 파업이 시민에게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는데만 기대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물론 파업을 하게 되면 공권력의 개입이 불가피해질 것이고,그렇게 되면 여론의 향방은 지하철 노조와 전기협에 불리해질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식의 해결로는 지하철 및 철도 종사자들과 이 시설의 운영자체가 갖고 있는 내부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 지난 88년 철도기관사 파업으로 한차례 파국운행 사태를 빚은 후에도 문제는 계속 내연되어 왔다.
이제는 철도청의 공사화계획 중에서 인원조정문제를 노사협의로 재검토해보고 종사자들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동시에 철도 및 지하철의 설비현대화와 수익구조 개선을 위한 정부차원의 투자필요성도 제기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국민들도 대중교통수단 파업은 용납할 수 없다는 정서를 넘어 이용자부담이 늘더라도 교통대동맥이 정상적으로 흐를 수 있게 만들겠다는 자세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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