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임은 몸만으로 인간과 사물, 세계를 표현하는 예술의 한 장르. 마임이라는 말은 원래 그리스어인 '미모스'(monos: 모방하다)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당시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마임에는 노래나 대사가 따랐다. 완전한 무언극은 아니었던 셈이다. 오히려 1인 풍자 및 해학극이라는 요소가 마임의 본질에 가까왔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서면서 프랑스 왕정이 언론 탄압의 일종으로 마임의 대사를 금지하면서, 무언극인 판토 마임이 자리 잡게 됐다. 현대에 들어서면서는 프랑스와 영국을 중심으로 판토 마임의 전통이 부활했다. 프랑스에서는 이미 19세기 초 판토 마임 스타인 장 가스파르 데뷰로가 등장해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당시에 길가에서 많은 어린이와 어른들이 그의 표정과 동작을 따라 할 정도였다. 영국에서는 존 리치가 판토 마임을 대중화켜 인기를 끌었다.
20세기 들어서면서는 프랑스 현대 연극의 개척자로 불리는 쟈끄 꼬포가 배우 학교인 비유 꼴롱비에를 세우고, 배우 훈련의 한 방법으로 판토 마임을 시켰다. 이 학교에서 수학한 에티엔 드크루는 아예 판토 마임을 독자적 장르로 발전시켰다. 중세 이전의 풍자 및 해학적 전통을 복원시키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이번에 타계한 마르셀 마르쏘는 드크루의 제자로, 스승의 판토 마임 양식에 영화와 스포츠 등 현대적 표현 양식을 덧입혔다. 마르쏘의 타계로 현대 마임의 한 시대가 저물었다고 평가해야 할 이유이다.
이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