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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원 150명 이하 확정'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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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학가에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전쟁'이 시작됐다. 정부가 21일 2009년 3월 개원 예정인 로스쿨의 개별 대학 입학정원을 150명 이하로 확정하고, 다음달 말부터 인가 신청을 받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스쿨의 앞날은 험난할 전망이다. 당장 다음달까지 총 입학정원을 정하고 인가 심사 기준도 정해야 하지만 정부.법조계.정치권.대학의 입장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특히 연말 대통령 선거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나눠먹기' 지역 배정이 우려돼 대학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최대 쟁점은 총 입학정원=교육인적자원부는 로스쿨 시행령에 "개별 대학의 입학정원은 최대 150명을 넘지 못한다"고 못을 박았다. 서울대와 고려대 등 일부 대학이 요구한 정원 300명 이상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고려대 법대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법학 교육을 위해 정원에 제한을 두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작은 로스쿨로 어떻게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하버드대 540명, 일본 도쿄대 300명 등 선진국 로스쿨처럼 일정 규모는 돼야 다양화.전문화된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로스쿨 유치에 사활을 건 41개 대학은 비상이 걸렸다. 교육부가 개별 대학의 입학정원을 150, 120, 100, 50명 등으로 차등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서강대는 가장 먼저 80명만 유치하겠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교육부 이동진 대학원개선팀장은 "10월 중 로스쿨 설치인가 심사를 담당할 법학교육위원회(13명)가 구성되고 총 정원이 결정되면 개략적인 인가 가능 대학 수의 윤곽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총 입학정원은 교육부장관이 법원행정처장과 법무부 장관과 협의해 결정한다. 교육부와 법무부는 당초 연간 사법시험 합격자(1000명)의 1.5배인 1500명 배정을 검토했었다. 그러나 변호사협회는 1200명, 국립대총장협의회는 2500명 이상, 국회교육위원회는 2000~2500명, 한국법학교수회는 3200명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총 정원을 2000명으로 정하고 대학별 정원을 차등할 경우 15~20곳 정도가 인가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

예비 선정 대학은 내년 2월까지 결정된다.

◆"나눠먹기 안 된다"=대학들은 로스쿨법 시행령에 "지역 간 균형을 고려해 설치 대학을 인가하라"고 명시돼 있어 '나눠먹기'가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20일 경북 김천 혁신도시 기공식에 참석해 "로스쿨을 어디에 설치할 것인가를 검토할 때 지역균형발전을 1차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서울 모 사립대 법대 김모(50) 교수는 "경쟁력을 감안하지 않고 지역별 배정을 할 경우 '일본판 로스쿨'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2004년 로스쿨을 도입한 일본은 당초 30곳만 인가할 계획이었지만 대학.자치단체.정치인의 로비에 밀려 74곳이나 인가해 줬다. 요건만 갖추면 모두 허가해 줘 대학별 정원도 30~300명까지 천차만별이다. 그 결과 졸업 후 변호사 시험 낙방자가 50%를 넘고 있다.

하지만 전국 국립대 총장들은 "1도 1로스쿨"을 주장하며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지방 사립대들도 "1도 2로스쿨(1국립대+1사립대)"을 외치며 싸움에 뛰어들었다. 지방의회.자치단체장.국회의원들까지 가세하는 양상이다. 서울 K법대 교수는 "지방을 우선 고려할 경우 수도권 대학이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게 된다"며 답답해 했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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