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었다” “안불었다”/음주측정 시비 이젠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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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영국제 측정기 일선경찰에 배정/힘껏 불어야 작동… 오차 거의없어
『엉터리 음주단속기를 어떻게 믿느냐』 『기계를 못믿으면 어떻게 하느냐』-시비가 끊이지 않던 경찰의 음주운전단속 시비가 옛얘기가 될수 있을까.
경찰이 새로 들어온 음주단속기가 기대밖의 큰 효과를 내 경찰내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경찰은 지난해말 고장이 났거나 내구연한 5년이 지난 국산 음주측정기 1천대를 폐기 처분한뒤 5언5천여만원의 예산을 들여 영국제 라이온 음주측정기 1천3백15대를 구입해 이달 11일까지 일선 배정을 마쳤다.
대당 가격이 42만여원으로 구형 측정기보다 10여만원 정도 비싼 이 영국제 신형측정기의 성능은 일선에서 곧바로 효과를 나타냈다.
측정이 제대로 됐느니,안됐느니 시비가 뚝 끊긴 것이다.
『원평균 2백여건을 측정해 이중 60∼70건을 단속하는데 구형 측정기 사용때는 단속대상자의 20∼30%가 측정결과에 승복하지 않아 애로가 많았어요. 그러나 신형을 쓰면서부터는 항의하는 사람이 월평균 1∼2명으로 줄었습이다.』
서울 강남경찰서 교통계 박용철경사는 『돈 조금 들여 기계하나 바꾸면 이렇게 달라질걸 왜 진작 안그랬느냐는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새 측정기는 우선 얼마나 세게 부느냐에 따라 음주 수치가 제각각이던 구형과 달리 1.2ℓ의 공기를 불어야 「삑」소리와 함께 비로소 작동되기 때문에 『붙었다』 『안붙었다』의 시비자체가 있을 수 없다.
한번 분뒤 다시 불면 수치가 달라지던 구형과 달리 다시 불어도 오차가 거의 없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한해 전국적으로 총 4백82건의 음주측정 이의신청이 접수됐지만 이달 10일 현재 1백42건으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15%가량 감소했다. 아직 수거되지 않은 구형 3천대가 모두 신형으로 교체되고 나면 그동안 거리의 꼴불견이던 음주측정 시비는 거의 자취를 감출 것이라는게 경찰관계자들의 기대다.
관청과 공무원들이 조금만 정성을 쏟아 업무의 효율성을 추구하고 장비나 시설·제도를 개선하면 국민들의 불편을 덜고 쓸데없는 마찰이나 갈등을 미리 막을수 있는 일이 음주측정기 하나만은 아닐것 같다.<이훈범·신준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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