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미학>여기가 슈팅포인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86년 멕시코월드컵 한국-이탈리아의 A조 예선 최종전.우승후보 이탈리아는 한국의 예기치 않은 선전으로 시종 고전해야 했다.이탈리아는 선취골을 쉽게 잡아냈으나 후반 17분 한국의 崔淳鎬가 페널티지역 아크 왼쪽에서 그림같은 롱슛을 성 공시켜 1-1로 따라붙었다.그러나 후반 28분 어시스트의 귀재 콘티가 골지역 우측에서 프리킥해준 볼을 왼쪽에서 알토벨리가 달려들며 강슛,16강 진출의 부푼 꿈을 안고 사투하던 한국의 전사들을 허탈속으로 밀어넣었다.이어 7분후 정신을 가다듬을 겨를도 없이 알토벨리가 또다시 한골을 추가,3-1로 크게 앞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었다(결과는 3-2로 이탈리아 승리).알토벨리의 해트트릭….그러나 이 경기에서 알토벨리가 뽑은 3골을 자세히 살펴보면 모두 골지역 왼쪽에서 터진 것임을 알 수 있다.
골지역 왼쪽이 바로 슈팅포인트다.특히 오른쪽에서 넘어온 볼을왼쪽에서 차넣는 경우가 대부분이다.결국 한국은 슈팅포인트에서 상대 스트라이커를 자유롭게 풀어놓는 결정적인 愚를 범한 셈이다. 실제로 84~85시즌 영국.독일등 6개국이 각종 국제대회에서 작성한 1백50골중 75%(1백12골)가 골문 9m이내 지역에서 터졌으며 이중 90%(1백1골)는 골지역 왼쪽에서 얻어낸 골이었음은 이를 입증해 주는 단적인 예다.결론적으 로 골지역 오른쪽보다 왼쪽에서의 슈팅이 골로 연결될 가능성이 무려 9배나 높고 골문을 기준으로 할때는 왼쪽 네트를 가른 골이 54%,오른쪽 골은 46%로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또 이지역에서 터진 골중 76%(77골)는 오 른쪽에서 넘어온 볼을슈팅으로 연결한 것이었다.현대축구에서 왼쪽 풀백이 오른쪽 풀백보다 강조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처럼 슈팅포인트가 골지역 왼쪽으로 지목되는 까닭은 선수들이오른발을 많이 사용하는데다 수비수의 회전방향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넘어오는 볼에 불리하기 때문이다.94코리안리그에서 LG가시즌초반 맹공격을 펼치면서도 득점에 실패,성적 이 나빴던 이유도 주로 왼쪽 공격에 의존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것도 이러한 근거에서다.
9m이상에서는 9~14m지역에서 작성된 골이 11%인 반면 15~23m에서 네트를 가른 골이 14%로 오히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롱슛의 경우 거리보다는 다분히 GK나 수비수의 의표를 찔러 슛을 성공시키기 때문이다.
또 롱슛은 빠른 속도임에도 공기저항으로 인해 일정한 각도만큼휘게된다.또 골로 연결되는 슈팅포인트의 높이는 60㎝이하가 66%,1m20㎝이하가 80%로 상대 GK의 가슴아래를 겨냥해 차는 것이 성공률이 높다.
〈辛聖恩기자〉 ◇도움말 주신분=申東成(한국체육과학연구원 책임연구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