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야망24시>다저스는 그에게 뭘 요구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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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금 LA다저스가 朴贊浩(21)에게 기대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박찬호가 메이저 리그에 직행할 수 있었던 것은「상품가치가 크다」는 이유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다저스의 본거지인 LA에는 우리 교민만도 약 50만명.움직일 때마다 팬들과 기자들을몰고다니는 朴을 메이저 리그에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시범경기에서의 성적이 뛰어난데다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는 그를 관중들 앞에 선보이지 않고 무대뒤에 내버려둔다는 것은 손님을 외면하는 격.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고 2주가 지나면서 그 생각은 달라졌다.
경기를 이기려다보니 朴보다 더 경험이 많고 안정된 투수들을 쓸 수밖에 없었다.朴은 불펜에서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기회는오지 않았다.게다가 팀으로선 전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왼손투수가 필요했다.
결국 朴은 2주동안 단 4이닝만 던진채 마이너 리그로 향한 짐을 챙겨야 했다.그렇다면 트리플A가 아닌 더블A로 보낸 이유는. 朴을 더블A인 샌안토니오로 내려보낸데 대해서는『투수에게 유리한 구장과 기후때문』이라는 말이 많지만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AP통신의 다저스 담당기자 존 네이델은 그 이유에 대해『투수코치 버트 후튼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앞으로 다저스의 투수코치를 맡게될 후튼(45)이 샌안토니오에있기때문에 朴을 보냈다는 것이다.
현지에서 朴은 후튼과 거의 붙어다니다시피 하면서 집중조련을 받고 있다.메이저 리그에서 1백51승을 올렸고 81년 내셔널 리그 플레이 오프 MVP이기도한 후튼이 朴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은 빠른 공에 대한 자신감과 경기 운영 능력.
4월23일 엘패소와의 경기에서 비공인이지만 4개의 투구가 시속 1백1마일(1백61.6㎞)을 기록했을 정도로 엄청나게 빠른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들쭉날쭉한 제구력때문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변화구에 의존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또 경험이 적어 위기관리 능력이 미숙한 것도 후튼이 지적하는 朴의 선결과제다.후튼은 최근 3경기에선 직접 투구 하나하나에 사인을 보내면서 朴에게 투구 패턴을 지도하고 있다.
다저스에서는 朴의 메이저 리그 복귀 시기를 7월말이나 8월말로 보고 있다.올스타전기간(한국시간 7월13일)을 전후해 팀내에 트레이드가 있을 것이라는 것과 선수단 엔트리가 25에서 40명으로 늘어나면서 올라올 것이란 예상이다.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 얼마나 노력해 기량을 인정받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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