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북한 의심 시작/대북태도 왜 경직됐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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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핵없다” 자신감 점점 잃어
북한 핵문제를 대하는 중국의 태도에 변화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30일 유엔안보리가 대북한 의장성명을 채택했을 때 상임이사국들과 신속하게 공동보조를 취한 것이나 국제원자력기구(IAEA)측과 같은 입장이라는 점을 공개리에 표명한 것도 과거엔 볼 수 없었던 일이다.
북한 핵문제에 대한 중국의 기존입장은 ▲한반도 비핵화 지지 ▲관련 당사자간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2대 원칙으로 지난해 3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한 이래 이 원칙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따라서 중국이 북한측에 경고성 메시지를 담은 이번 안보리의장 성명에 「주저없이」 동의했다는 자체만으로도 혈맹관계를 자처해온 북한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또 유엔대표의 발언을 통해 IAEA측과의 조속한 협상재개를 촉구하고 NPT에 위배되는 어떠한 행동에도 반대한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공개 천명한 것은 북한에 대한 「직접적 압력」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은 안보리 의장성명 채택을 전후해 북한측과 빈번한 접촉을 갖고 북한핵을 보는 상임이사국들의 분위기가 어느 수위에 달했는지를 전달했다.
또 안보리 요구를 수락지 않을 경우 제재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추후계측 보장조치를 조속히 수락토록 촉구했다고 이곳 외교소식통들은 전하고 있다.
중국의 이같은 태도변화는 북한핵에 대한 상황인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중국은 지난 3월31일 IAEA 추가사찰을 촉구한 첫번째 안보리 의장성명이 채택될 당시만해도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았다는 자신들의 판단에 강한 자신감을 가졌던게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이 갑자기 들고나온 5㎿ 원자로 핵연료봉 독자교체 실행을 비롯,그동안의 석연찮은 태도에 대해 핵무기 개발을 은폐하려는 기도가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유엔안보리가 대북제재를 결의할 때 중국이 이에 동참할 것으로 속단키는 어렵다.
대북제재에 대한 동참은 북한과의 관계를 송두리째 뒤흔들뿐 아니라 동북아 세력균형에 중대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으로서는 대중최혜국(MFN) 대우를 연장해준 미국 등 서방국과의 관계를 고려하고 특히 자신이 NPT 조약국이면서 NPT 조약을 위반한 북한을 옹호할 경우 자가 당착에 빠짐은 물론 NPT체제의 맏형격인 미국과 심각한 대결을 감수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북경=문일현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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