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칼럼] 애국가 가사 고쳐 부르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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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우리 민족은 스스로를 엽전이라고 부를 정도로 비하하고 자조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주된 원인은 일제 치하의 압박과 설움이지만, 애국가도 한몫 한 것은 아닐까. 애국가를 부를 때마다 왠지 슬프고 목이 메인다. 영국의 이별곡을 닮은 데다 가사마저 비장하기 때문이리라. 어떤 이들은 아예 애국가를 새로 만들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새로 만드는 것은 통일 이후로 미루고 우선 가사만이라도 이렇게 고치면 어떨까.

새로운 1절은 '동해물과 백두산이 맑고도 푸른 건(원래 가사:마르고 닳도록)/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번영(만세)'.

원작의 마르고 닳도록은 '영원토록'이란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너 혼자 마르고 닳도록 해먹어라'란 표현처럼 부정적으로 들린다. 세월이 갈수록 더 불어나고 무성해져야 영원의 본뜻이 살아난다. 만세는 항복하거나 포기한다는 의미도 있는 만큼 번영으로 바꿨다.

2절은 '청산(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마다 푸른 건(철갑을 두르고)/바람 서리 불변하는(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 남산은 서울 사람만의 것이므로 대한민국 모든 산을 지칭하는 청산으로 바꿨다. 또 철갑을 두르면 소나무가 말라죽는다.

3절은 '가을 하늘 광활한데 높고 구름없이/밝은 해는(달은) 우리 가슴 일편단심일세'. 하늘이 높고 구름이 없는데 갑자기 '달'이 등장하는 것은 일제 시대 외로운 심정이 반영된 듯하다. 두 소절이 제대로 연결되도록 따뜻하고 풍요로운 의미의 밝은 해로 바꾸는 게 낫다.

4절은 '이 기상과 저력으로(이 맘으로) 충성을 다하여/일할 때나 공부할 때(괴로우나 즐거우나) 나라 사랑하세 '. 기상과 맘은 동어 반복이므로 '저력'으로 했고, 괴로우나 즐거울 때는 사람의 감정이 격해져 무슨 일을 할 수 없으므로 일할 때나 공부할 때로 수정했다.

왕의균 경기도 가평군 하면 대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