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詩)가 있는 아침 ] - '별 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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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원재훈(1961~) '별 이야기' 전문

아가야 별따러 가자

내 작은 손가락만이 저 별을 만질 수 있지

네가 별을 가지고 놀 때

세상은 마치 네 손바닥처럼 작아지고

세상 일들 모두

한별 두별 세별

저 하늘에서 외롭지 않구나

아가야 별따러 가자

지난 밤 밤새워 울던 저 소쩍새 울음소리에

잠 못이루며 몸 뒤척이던 저 별

엄마젖 물려서 재워주자 (후략)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사랑의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신비한 먼 나라의 이야기. 그것은 아마도 별 이야기일 것이다. 오랜 세월 우리는 별을 보며 살아 왔다. 별을 보며 꿈을 꾸고, 별을 보며 사랑하는 이에게 첫 편지를 쓰고, 별을 보며 먼 곳으로 여행을 하고, 별을 보며 생의 아픔과 번뇌에 눈물을 흘렸다. 아이의 눈에는 그 별들이 반짝인다. 아이의 볼에서 그 별들의 향기가 솟구친다.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면 언제부턴가 별은 아이로부터 떠나게 된다. 안개와 먹구름, 천둥과 번개가 별 대신 남는다. 그래도 인간이 절망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한 아이가 어른이 되면 또 한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다. 잠 못이루며 뒤척이는 별에게 엄마젖도 물려주며….

곽재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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