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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특집week&나들이] 꽃무릇 환한 남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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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까지 껴서 5일! 간만에 긴 연휴다. 하지만 추석 당일이 뒤로 붙었다. 아예 조상님께 드릴 인사를 빼먹고 해외로 ‘뜰’ 각오가 아니라면, 고향 오가고 차례 지내다 시간 다 보낼 수 있겠다. 비행기표 구하기는 이미 늦었다. 추석 연휴는 여름 휴가철 못잖은 해외여행 성수기. 대부분의 상품이 근 한 달 전 다 팔렸다. 이럴 땐 큰 욕심 버리고 짧게 바람 쐴 곳을 찾아보는 게 현명하다. 연휴기간 딱 맞춰 만개할 것으로 보이는 꽃무릇 명소를 소개한다. 발걸음을 빨리하면 당일치기, 길게 잡아도 1박2일이면 둘러볼 수 있는 곳들이다.

<함평·영광·고창> 글·사진=김한별 기자

사연 많은 꽃

 꽃무릇은 별종이다. 이파리 하나 없는 민둥꽃대에 9월 말 붉은 꽃이 터지고, 그 꽃이 지고 나면 비로소 잎이 난다. 꽃과 잎이 함께 달리지 않는다(花葉不相見).

 이런 특이함 때문에 이름도 사연도 여럿이다. 먼저 석산(石蒜, 돌마늘). 꽃이나 잎 없이 꽃대만 있는 모습이 꼭 마늘쫑 같대서 붙은 이름이다. 상사화(相思花) 혹은 붉은상사화라고도 부른다. 꽃과 잎이 서로 만나지 못하고 서로를 그리워한다 하여 그리 불린단다. 꽃무릇이 사찰 부근에 많은 건, 출가한 스님을 연모하다 상사병에 걸려 죽은 여인이 꽃으로 피어나기 때문이란 전설이 있다.

 엄밀히 말해 상사화와 꽃무릇은 다르다. 같은 수선화과에 꽃과 잎이 함께 나지 않는다는 것만 같다. 색깔과 모양이 다르고 생장시기도 다르다. 상사화는 우리나라가 원산. 봄에 난 잎이 여름에 지고 그 뒤 꽃이 핀다. 꽃 색깔은 붉은 빛이 감도는 연한 자주색. 줄기 하나에 4~8개가 달린다. 노랑꽃을 틔우는 개상사화(노랑상사화), 주황꽃을 틔우는 백양꽃(조선상사화)도 마찬가지다. 반면 꽃무릇은 일본이 원산지다. 상사화가 질 무렵 피고, 잎은 꽃이 진 뒤 돋아 봄에 시든다. 상사화·백양꽃에 비해 꽃잎보다 꽃술이 훨씬 길고 색깔도 더 붉다. 사찰 부근에 꽃무릇이 많은 것도 뿌리의 방부제 성분 때문이란 설명이 더 그럴 듯하다. 즙을 내 탱화나 단청 그릴 때 섞어 쓰면 좀이 슬지 않는단다.

1시간 30분 꽃무릇 트레킹, 함평~영광

 꽃무릇 군락지로 유명한 곳은 세 곳이다. 전라남도 함평 용천사와 영광 불갑사, 그리고 전북 고창의 선운사 일대. 제각각 ‘우리가 최대 규모’라고 주장하지만, 원자생지 외에 최근 옮겨 심은 곳도 많기 때문에 세 곳의 순위를 따지는 것은 부질없다. 세 군청도 지난해부터 상사화·꽃무릇 축제 공동벨트화 협약을 맺고 함께 ‘공동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이 중 함평 용천사와 영광 불갑사는 지척이다. 용천사가 있는 모악산은 불갑사가 있는 불갑산과 맞닿아 있다. 같은 산의 이편저편인 셈이다. 용천사를 출발, 구수재→동백골→저수지→불갑사로 내려오는 트레킹 코스는 1시간30여 분짜리. 동네 사람들 말로 “잰걸음이면 50분에도 간다.” 차로는 15분쯤 걸린다.

 용천사의 주위 산책로를 한 바퀴 돌다 보면 이 꽃을 ‘물리도록’ 볼 수 있다. 빽빽한 대나무 숲 그늘 아래 군락이 압권이다. 형광색이 아닐까 생각될 만큼 밝은 연둣빛 꽃대, 그 위에서 폭죽처럼 터지는 붉디붉은 꽃술은 대 그림자에 아래에서도 도드라진다. 대웅전 오른쪽 언덕배기 세 석불 앞의 꽃도 볼거리다. 요사스러울 만큼 화려한 꽃과 그 뒤에 선 잿빛 석불의 대조를 보며 옛 전설을 떠올린다(사진(上)).

 산 넘어 불갑사 꽃무릇은 좀 더 자연스럽고 풍성하다. 14일 현재 봉오리를 터뜨린 꽃도 3개 군락지 중 가장 많다. 늦더위로 예년보다 꽃피는 시기가 늦어졌지만 3개 군락지 중 가장 빨리, 가장 많이 꽃을 틔웠다. 대웅전 오른편 참식나무 군락지에서 저수지·동백골로 이어지는 산비탈을 덮고 있다. 가을바람 부는 저수지를 거닐며 꽃구경하는 재미가 그만이다.

덤으로 메밀꽃 구경, 고창

 고창 선운사는 용천사·불갑사에 비해 낮은 곳에 있다. 때문에 꽃구경하기 편하다. 일주문 지나 본채 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왼편 계곡물 위로 붉은 그림자 드리운 꽃무릇이 보인다. 가까이에서 보기엔 도솔암 쪽이 낫다. 암자로 향하는 3.2㎞ 길섶 곳곳에 군락이다. 군락지의 반 정도가 출입금지 푯말로 막혀 있다. “워낙 관광객이 많다 보니 꽃을 보호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게 관리사무소의 설명이나 흥취를 깨는 건 어쩔 수 없다.

 이맘 때 고창엔 볼거리가 하나 더 있다. 학원농장(www.borinara.co.kr)의 메밀꽃이다. 본래 봄철 청보리밭으로 유명하지만 8월 말~10월 초엔 40만m² 평야에 메밀꽃이 새하얗다. 지난 주말이 절정이었지만 늦게 파종한 밭은 10월 초까지도 꽃을 볼 수 있다.

놀이공원·리조트에선 …

교통체증 걱정에 먼 길 나서기가 겁난다면 도심·근교의 놀이공원·리조트 등을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전통문화 체험 행사가 풍성하다.

김한별 기자

■놀이공원=에버랜드는 22일부터 30일까지 한가위 민속 한마당을 연다. 남사당 놀이, 궁중 음악에 서양 라틴음악을 접목한 퓨전 타악 그룹 ‘카타’의 공연 등이 준비돼 있다. 한가위 행사 동안은 55세 이상(1952년 생까지)은 무료 입장. 외국인 노동자에겐 22일부터 26일까지 에버랜드 및 캐리비안베이 이용권을 23000원에 판매한다. 롯데월드에선 25~26일 김중자 민속 예술단, 경기 민요팀 등의 전통 공연을 구경할 수 있다. 밤송이 까기, 떡메치기, 딱지치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롯데월드 민속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는 10월 30일까지 세계 문화 유산 고인돌 대 탐험전이 열린다. 02-411-2000. 서울랜드는 24~26일 경기도와 함께 ‘우리 농산물 기(氣) 살리기 한마당’을 연다. 우리 농산물로 만든 천연팩, 화장품 체험장 등이 마련된다. 민속놀이 가족 대항 3종 경기에서 높은 점수를 얻으면 농산물 경품도 받을 수 있다. 외국인에겐 자유이용권을 50% 할인해 준다. 02-509-6000. 22~26일 한국민속촌에 가면 경기도 지역 추석 세시놀이인 이천 거북놀이, 성주고사 등을 볼 수 있다. 개상·도리깨·매통·풍구·키를 이용한 추수 체험도 할 수 있다. 031-288-0000.

■리조트=대명 비발디 파크에서는 송편 빚기, 수영복 팔씨름 대회 등이 열린다. 경주·단양·양평 등 다른 지역 리조트에서도 제기 차기, 윷놀이 등의 민속체험을 할 수 있다. 1588-4888. 한화 리조트에서도 떡메치기, 굴렁쇠 굴리기 등의 전통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설악리조트 워터피아에서는 가족수영대회도 열린다. 1588-2299. 오크밸리는 다양한 공연을 준비했다. 22일부터 25일까지 진주·길건 등의 공연이 이어진다. 25일엔 공연과 함께 불꽃놀이도 즐길 수 있다. 별자리 여행, 스파 투어, 알밤 까기 프로그램도 있다. 033-730-3500. 보광 휘닉스파크는 콘도 또는 호텔 1박과 2인 조식을 더한 로하스 패키지를 10만4000원, 식사 대신 수영장 또는 사우나를 이용할 수 있는 아쿠아 패키지를 10만2000원(주중 기준)에 내놨다. 02-508-3400.

■기타=서울 남산골 한옥마을은 24∼26일 추석 한가위 한마당 행사를 연다. 송편 만들기, 미니 활쏘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 02-2266-6937. 한강유람선 여의도·잠실선착장에서도 23~26일 널뛰기·투호놀이 등 민속놀이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추석연휴 특별유람선도 운행된다. 레크리에이션 전문가가 진행하는 민속놀이·장기자랑 대회 등이 열린다. 여의도 선착장에서 오후 1시30분 출발. 성인 기준 1만4600원이다.

■여행정보=함평의 ‘꽃무릇 축제’와 고창의 ‘꽃무릇 길 걷기’ 행사는 지난 주말 끝났다. 영광의 ‘상사화 축제’는 내일(22일)부터 24일까지. 불갑사 관광단지 내에서 열린다. 상사화 꽃길 등산대회, 상사화 사진·시화전 등이 열린다. www.yeonggwang.jeonnam.co.kr

■교통=서해안고속도로 영광 IC를 빠져 나와 22번 국도, 838번 지방도로를 갈아타면 함평 용천사에 닿는다. 같은 길을 되짚어 영광군청 방향으로 올라오다 보면 불갑사로 빠지는 길이 나온다. 선운사는 서해안고속도로 선운사IC, 학원농장은 고창IC를 이용한다.

■먹거리=영광 하면 굴비, 고창 하면 장어다. 영광군청 인근 문정한정식에선 영광굴비와 알배기 간장게장(사진)이 포함된 정식을 2만원에 내놓는다. 육회와 삼합(홍어+삼겹살+묵은지), 영광의 특산물인 백합도 상에 오른다. 1만원과 3만원짜리 정식도 있다. 061-352-5450. 고창 선운사 관광단지 초입 연기식당에 가면 두 종료의 장어구이를 맛볼 수 있다. 그냥 ‘장어’는 양식 장어, ‘갯벌장어’는 양식한 치어를 풍천 갯벌에 놓아 키운 준(準)자연산 장어다. 각각 1만5000원, 2만5000원씩 받는다. 공깃밥은 별도(1000원). 063-562-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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