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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쌀 누가 사먹겠나" 호법에 광역 쓰레기소각장 유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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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어딘가엔 꼭 지어야하는데 주민 복지 혜택을 받는다면 우리 마을에 유치하는 것도 나쁠 건 없지요."

"최고 품질로 꼽히는 이천 쌀인데 공해 굴뚝 앞에서 농사를 짓는다면 제대로 팔 수 있겠습니까."

최근 경기도 이천시에서 광역 쓰레기소각장을 받아들이는 문제로 지역 주민들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천시는 최근 이천.여주.양평.광주.하남 등 5개 시.군에서 배출되는 생활쓰레기를 공동처리하는 3만5천여평 규모의 동부권 광역쓰레기소각장(하루 처리용량 3백t 규모)을 2007년까지 건설키로 하고 부지를 호법면 안평3리 산98 번지로 결정했다.

이에 앞서 5개 시.군을 대상으로 지난해 7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후보지를 공모했다. 이천시 호법.마장면 46개 마을 가운데 4개 마을이 유치 의사를 밝혀 주민투표를 실시해 평균 80%가 넘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주민동의서를 받아 제출했다.

네 곳의 주민들이 유치에 찬성한 것은 쓰레기소각장이 들어서면 체육시설, 청소년센터, 주민 다목적운동장 등 1백50억원 규모의 주민편익시설이 건설될 뿐만 아니라 유치지역을 제외한 4개 시.군이 공동으로 1백억원을 조성, 주민들의 소득증대와 장학사업, 경로당 건설 등 주민 숙원사업을 지원하겠다는 약속 때문이다.

안평3리 이만희(50)이장은 "주민들이 수차례에 걸쳐 타지역 쓰레기소각장을 돌아보고 환경 피해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기에 마을 발전을 위해 유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변 10여개 마을 주민들로 구성된 호법면 쓰레기소각장 유치 반대 협의회는 안평3리 마을회관 앞에서 집회를 하고 유치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소각장이 설치되면 임금님표 이천쌀의 주산지였던 호법의 이미지가 추락하는 것은 물론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다이옥신이 쌀을 비롯한 식물과 축산물을 오염시켜 폐농 위기에 몰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익진.엄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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