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국민경선이라더니 '동네경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6면

대통합민주신당의 국민경선이 조직.동원 투표 논란으로 시끄럽다. 충북 경선 때 보은.옥천.영동 지역에서 정동영 후보 몰표가 나온 게 발단이 됐다. 사실 이 같은 논란은 예고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보은.옥천.영동의 유권자 수는 충북의 10.1%에 불과하지만 선거인단은 25.1%나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반 유권자 비율보다 선거인단이 두 배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 지역이 많아 앞으로도 투표 때마다 조직.동원 선거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본지는 신당의 '선거인단 지역별 현황'(9월 10일 중간 집계) 자료를 입수했다. 전국 248개 일반 시.군.구의 선거인단 수를 분석한 결과 지역 편중 현상이 극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선거인단 수는 전주시 완산구가 4만2822명으로 가장 많았다.

전주시 덕진구가 3만8746명으로 뒤를 이었으며 제주시 3만7947명, 광주 북구 3만3514명, 전북 익산시 3만3223명, 전남 순천시 2만6360명, 광주 서구 2만4834명, 서울 강서구 2만4693명의 순서였다.

상위 20위에서 호남 선거구는 11곳이나 된다. 상위 20위 지역의 선거인단을 합치면 모두 47만4195명으로 전체 선거인단의 32.5%를 차지한다.

이는 73위 광명시부터 마지막 248위 울릉군까지 176곳의 선거인단을 모두 합친 숫자와 맞먹는다. 결국 이들 대형 선거구 몇 곳에서 특정 후보에게 몰표가 쏟아지면 전체 판도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호남이 신당 후보를 결정한다'는 얘기는 이래서 나오는 것 같다.

앞으로 선거가 남아 있는 대형 선거구의 현역 의원 성향을 분석해 보면 정 후보와 이해찬 후보가 팽팽한 접전을 벌일 전망이다.

선거인단이 8만 명이 넘는 전주는 정 후보 측인 채수찬(덕진구)의원과 친노 성향인 이광철(완산 을) 의원이 엇갈리며, 4선의 중진인 장영달(완산 갑) 의원은 중립을 표방하고 있다.

전북 익산시도 정 후보 측 조배숙(을구) 의원과 이 후보 측 한병도(갑구) 의원이 엇갈린다.

광주 서구는 추미애 후보를 밀던 염동연(갑구) 의원이 예비경선 이후 정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그러나 친노 그룹인 서갑원 의원의 전남 순천에선 '이해찬 몰표'가 나올 것이란 얘기가 벌써부터 파다하다.

손학규 후보의 강세 지역은 서울 강서구(을구 노현송 의원), 광주 광산구(김동철 의원), 서울 노원구(갑구 정봉주 의원) 등인데 정.이 후보에게 양적으로 밀리는 감을 준다. 물론 선거인단 마감이 끝나지 않아 손 후보가 세를 더 늘릴 기회는 남아 있다고 봐야 한다.

◆동원 선거' 논란 정면 충돌=18일 대전에서 열린 TV토론에서 손학규 후보는 "지금 경선은 열린우리당 시절 최대 계파인 정동영계 의원들이 대선에서 지더라도 내년 총선에서 공천받기 위해 사실상 당 의장 선거를 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 후보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해찬 후보도 "선거인단으로 등록된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같은 문제가 예상돼 대리 접수를 허용하지 말자고 했는데 그에 반대했던 정 후보는 지금 어떤 생각이냐"고 압박했다.

이에 정 후보는 "당 의장 선거라는 등 경선을 훼손하는 발언은 삼가야 한다"며 "나에겐 돈 들어갈 조직도 없을 뿐 아니라 내가 이겨도, 내가 표를 못 받아도 그것은 모두 국민의 위대한 선택"이라고 반격했다.

김정하.정강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