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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자랑스런 공연, 정상회담 때 볼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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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무현 대통령이 다음달 2~4일 평양에서 열릴 남북 정상회담 때 아리랑 공연을 보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아리랑은 북한 체제 선전과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우상화를 위한 초대형 옥외 카드섹션 공연물이어서 한국 대통령의 관람이 적절한지 논란이 일고 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18일 기자들과 만나 "아리랑 공연에 관한 관람 요청이 오면 우리로서는 검토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아리랑 공연은 북측에서 만든 상당히 자랑스러운 하나의 공연작이기 때문에 우리도 그런 점에서 존중하고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측의 요청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적인 제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도 "아리랑 공연은 대통령을 비롯한 대표단의 방문 행사에 관한 복수 안(案) 가운데 하나"라며 "18일 평양에 간 정상회담 선발대가 공연 내용을 검토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 대통령과 우리 대표단(150명)이 관람하기에 부적절한 내용이 있는지 세밀히 확인한 뒤 필요하면 북측과 협의해 문제 장면을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또 남북 정상회담과 노 대통령의 방북을 환영하는 내용을 넣는 방안을 북측에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2005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아리랑 공연 관람 당시 북.중 우호 관계를 강조하는 구호를 카드섹션으로 연출했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측이 노 대통령의 아리랑 공연 관람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의 아리랑 관람 추진은 논란을 낳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 정상이 함께 공연을 관람하면 국제 사회에 화해 메시지를 주는 효과가 있고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궁전 등 민감한 곳에 대한 북측의 참관 요구를 미리 차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2005년 공연 때 북한에 간 남측 인사 7300여 명이 관람해 큰 문제가 없다는 점도 거론했다.

2005년 10월 아리랑 공연의 일부인 무술 시범 장면. 북한군이 적군을 처치하는 장면을 묘사했다. 때려눕힌 군인과 쓰러진 군인 모두 북한군 복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전엔 국군복장을 한 적군을 쓰러뜨려 남측 관람자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다. [연합뉴스]


그러나 국가원수인 대통령의 아리랑 관람은 민간인의 상업적인 관람과 비교할 때 격(格)이나 파급 효과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금까지 정부 고위 관계자 가운데 아리랑을 관람한 인사는 2005년 남북 장관급 회담 참석차 방북한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유일하다.

동국대 북한학과 김용현 교수는 "대통령이 공연을 볼 경우 불필요한 이념 논란과 남남갈등으로 이어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성과마저 희석시킬 소지가 있다"며 "노 대통령이 관람을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북측의 체제 선전물이 여과 없이 우리 안방을 파고든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로 공연 내용의 민감한 대목이 쟁점으로 떠올라 북측이 일부 장면을 삭제한 적이 있다.

2005년 공연 때 북한군 군복을 입은 출연자가 국군 복장의 '적군'을 총검으로 쓰러뜨리는 장면을 본 남측 관람자들이 이의를 제기했다. 이후 북측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그 장면을 삭제했다고 설명했다.

국제사회에선 연인원 10만 명에 이르는 출연자 가운데 상당수가 유치원생과 어린이.청소년이어서 '아동 인권 침해 공연물'이라고 비판해 왔다.

2000년 10월에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 김정일 위원장과 함께 아리랑의 전신인 집단체조 '백전백승 조선노동당'을 관람했다. 올브라이트는 훗날 "매우 불편한 자리였다"고 토로했다.

예영준 기자

◆아리랑 공연 내용=백두산에 해가 떠오르는 장면을 표현한 카드섹션으로 시작해 '김일성 장군의 노래' 합창으로 끝난다. '아리랑 민족' '선군 아리랑' '통일 아리랑' 등 모두 6개 장(章)에 걸쳐 항일무장투쟁부터 북한 정권 수립, 경제 건설 등 김일성.김정일 부자를 미화하는 장면들이 전개된다. 2장인 선군 아리랑 중에는 북한군 5000여 명이 함성을 지르며 총검술 시범을 벌이고 낙하산 시범까지 하는 호전적인 내용이 들어 있다. 공연 세부 내용은 주변 정세에 따라 그때그때 조정한다. 올 4월 공연 때는 핵실험 성공을 선전하는 내용이 들어 있었으나 8월 공연에선 빠졌다. 북한을 방문한 남측 인사 가운데 2005년 7300여 명이 관람했고, 그해 남북 장관급회담에 참석했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공연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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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대한민국 대통령(제16대)

1946년

[現] 북한국방위원회 위원장
[現] 북한조선노동당 조직지도부 부장

1942년

[現] 대통합민주신당 대선경선후보
[前] 통일부 장관(제31대)

1953년

[現] 통일부 장관(제33대)

1944년

[前] 북한 국가주석   *사망

19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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