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41기 KT배 왕위전' 대마불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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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제41기 KT배 왕위전'

<도전기5국>
○ . 이창호 9단(왕위) ● . 윤준상 6단(도전자)

 제10보(173~189)=왕위전은 1966년 시작됐고 초대 왕위는 조남철 9단을 2대1로 꺾은 23세의 김인 9단이 차지했다. 김인은 왕위를 7연패했다. 김인의 시대에 한국기원은 종로 관철동에 둥지를 틀었다. 당시의 실력자 이후락씨가 마련해준 5층 건물이었다. 해가 지면 인적이 드물 정도로 조용하던 관철동은 조훈현 시대를 거쳐 이창호 시대로 넘어오면서 풍악 소리 요란한 ‘젊음의 거리’로 변했다. 조훈현-이창호 사제는 조 9단의 부인 정미화씨가 모는 승용차를 함께 타고 이곳에 나타나 온종일 혈전을 벌이곤 했다. 이창호는 91년 16세 때 조 9단을 4대3으로 꺾고 왕위전에서 첫 우승을 거둔다.

 그로부터 16년 후, 이창호는 만 19세 윤준상의 도전을 받고 있다. 이창호가 첫 타이틀을 따낼 때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던 윤준상이 하늘 같던 이창호와 2대2 접전을 벌이고 있다. 세월은 그렇게 흘러간다.

 패 싸움이 끝없이 이어지면서 무한정으로 보이던 흑의 팻감도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반면 백은 중앙으로 영역을 넓히는 데 성공하면서 176, 182 등 팻감이 샘솟듯 생겨나고 있다. 185가 불가피한 수비. 손 빼면 ‘참고도’ 백5로 끊겨 한쪽이 잡히고 만다.

 187에 패를 쓰자 이 9단은 불청하고 188로 살아 버렸다. 길고 긴 패 싸움이 이렇게 끝났다. 그리고 실질적인 승부도 여기서 결정됐다. 187은 팻감 부족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백 귀를 다 잡지 못하면 진다. 189로 그게 가능할까(178, 181, 186은 패때림).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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