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低체온증 만취후 선풍기 켜고 자면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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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여름을 여름같지 않게 보내는 현대인에게 熱射病이란 무척 생소한 의학용어다.직장과 가정은 물론 승용차에까지 냉방시설이 보급되면서 땡볕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긴팔소매를 입고 다니는 사람도 늘고 있을 정도다.
한여름에 低體溫症으로 생명까지 잃는 경우마저 있다는 것도 일반인은 납득하기 힘든 사실.
그러나 노출의 계절 여름일수록 급격한 체온변화로 더위와 추위에 모두 시달릴 위험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본격적인 여름철을 맞이해 주의해야할 건강복병 열사병과 저체온증에 대해 알아본다.
◇열사병=光陵수목원을 찾은 S大병원 전공의 張모씨(29)의 체험담이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주차장에서 창문이 모두 닫힌 승용차속에 탈진해 누워 있는 아기를 목격한 것이다.
예삿일이 아님을 직감한 張씨는 가까스로 부모를 수소문해 문을열 수 있게 됐다.
근육경련과 의식혼탁을 보이는 전형적인 열사병 증상이었다.찬 물로 몸을 식히는 응급처치후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된 아기는 겨우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는 것.
서울大의대 李允聖교수(법의학)는『실제 여름철 뙤약볕아래 밀폐된 차내 실내온도는 50도를 웃돈다』며『신체수분함량이 적고 스스로 문을 열지 못하는 어린이의 경우 이같은 승용차내 열사병은치명적』이라고 경고했다.
열사병은 햇빛에 오래 서 있다가 어지러워 쓰러지는 단순한 더위먹음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중대한 응급상황이라는 것.
고열에 시달리다 못한 체온조절 중추가 기능을 상실해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마구 뛰고 의식소실이 있어도 오히려 땀은 나지않는 증상을 보이며 심하면 생명을 잃게 된다.
응급처치법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체온을 식혀주는 것이다. 옷을 벗기고 얼음주머니나 물수건을 전신에 대어 준 뒤 병원으로 옮겨 링게르등 수액을 공급받도록 해야한다.
◇저체온증=여름철 선풍기 바람을 쐬며 잔다거나 차내에서 에어컨을 켠채 잠들때 느닷없이 생기는 急死의 주원인이 바로 저체온증이다. 이 경우 흔히 선풍기 바람에 의한 질식사로 보도되기도하나 이는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는 것.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한여름에 선풍기 바람을 쐬며 잠드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李교수는『가장 흔한 여름철 저체온증의 급사원인은 술에 취한채선풍기 앞에서 잠드는 것』이라며『이 경우 26도까지 체온이 내려가도 이를 감지하지 못해 사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심한 경우 여름철 대낮에도 만취후 방심한채 쓰러져 비를 맞다가 저체온증에 걸려 사망한 예도 있다는 것.
이처럼 체온이 불과 4,5도 오르거나 떨어지는데도 사망하게 되는 이유는 인체가 36.5도라는 일정한 체온을 유지해야 하는항온동물이기 때문이다.항온동물의 경우 이같은 체온의 급격한 저하와 상승은 인체내 각종 신진대사등 생명활동을 주관하는 효소단백질의 구조를 변형시켜 기능을 잃게 한다는 것.
일단 변형된 효소는 복구가 불가능하므로 열사병과 저체온증은 치료보다 예방이 훨씬 중요한 것이다.
〈洪慧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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