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대검에 통보한 김상진씨 주가조작 사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고 있는 부산의 건설업자 김상진(구속.사진)씨가 2004년 연루된 주가 시세조종 사건 수사에 외압 의혹이 일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은 대검찰청에 김씨의 주가조작 혐의를 통보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사건을 직접 수사하지 않고 진주경찰서에 넘겨 무혐의로 종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정윤재 전 청와대 비서관과 저녁식사를 한 뒤 동석한 정상곤 전 부산국세청장(구속)에게 현금 1억원을 준 혐의로 구속된 인물이다.

금융감독 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16일 "2004년 금융감독 당국이 대검에 통보한 김씨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검찰이 아닌 진주경찰서로부터 '내사 종결, 무혐의 처리'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감독 당국이 대검에 통보한 사건을 검찰이 직접 수사하지 않고 경찰이 처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 당국에 따르면 김씨는 2003년과 2004년 두 번에 걸쳐 주가조작 혐의로 감독 당국에 적발됐다. 2003년 주가조작 사건 때는 김씨가 초범인 데다 동원된 금액이 적어 경고 조치에 그쳤다. 다음해인 2004년 사건 때는 김씨가 재범이고, 시세조종 금액도 30억~40억원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커 금융감독 당국은 대검찰청에 김씨의 주가조작 혐의를 통보했다. 그러나 검찰이 사건을 통보 받은 지 5개월 만인 2004년 8월 진주경찰서가 무혐의 처리해 금융감독 당국에 통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진주는 김씨의 주민등록상 거주지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경찰청 등에서 자체적으로 (주가조작 사건을) 알고 내사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금융감독 당국이 대검에 통보한 사건을 검찰이 아닌 경찰이 처리하는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 증권업계 전문가도 "검찰조차 수사하기 어려운 시세조종 사건을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지방 경찰이 어떻게 수사해 무혐의 처리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감독 당국은 김씨의 시세조종 적발 사실이 처음 알려진 5일 "검찰로부터 통보 받지 못해 사건 처리 결과를 모르겠다"고 발표했다가 이틀 뒤인 7일 무혐의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통보해 온 주체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통보 받은 주가 조작사건이라도 간단한 것은 경찰에 맡기기도 한다"며 "이 사건의 처리 과정을 다시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당시 창원지검 진주지청장이던 서울고검의 J검사는 "그 사건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당시 총선(4월 15일)과 관련된 선거사범 수사가 많아 경찰에 사건 처리를 맡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J검사는 "설사 그랬다 해도 검찰이 수사 지휘를 하기 때문에 경찰이 아니라 검찰이 처리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며 "경찰이 금감원에 결과를 통보해 줬다는 말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안혜리.이상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