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업 세금부담 과감히 낮추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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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정부가 인력을 신규 채용하는 기업에는 1인당 연 1백만원을 법인세나 소득세에서 깎아주기로 했다. 소비촉진을 위해 특별소비세에도 손을 댈 방침이다. 공식 실업자만도 80만명을 웃돌고, 선진국과 달리 국내 경기는 회복 기미를 안 보이는 어두운 현실을 감안할 때 정부가 재정확대에 이어 세제지원이란 카드까지 동원하고 나선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에 이 정도 의지를 보이고 나선 만큼 기업도 경기회복에 더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노동계는 무분규 선언이나 임금동결 또는 생산성 향상 등 '함께 사는 길'을 찾는 데 협조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은 제도적인 후속조치나 경기의 조기회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반짝 효과'에 그치게 된다. 무엇보다 한달에 8만3천원 정도 세금을 감면해 준다고 사람을 새로 채용하겠다고 나설 기업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더욱이 정부의 이번 대책을 놓고 총선을 염두에 둔 선심성 대책, 또는 '30만명 일자리 창출'의 구호 달성을 위한 숫자놀음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로 최근 일부 국영기업에는 정부가 현실을 무시한 채 조기 채용만 독려하는 등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 이번 대책도 표를 잡기 위한 선심용 또는 실적과시용에서 출발했다면 정부와 정치권은 하루빨리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이런 식의 임시적인 세금감면보다는 기업이 세금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을 해주는 것이 시급하다. 과감한 법인세 인하 등을 통해 기업들이 그 재원으로 재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세금이 경쟁국 수준 정도로 낮아져야 외국자본도 국내에서 영업을 하려 할 것 아닌가. 일자리 창출은 기업으로부터 나와야 한다. 기업들이 투자할 여력을 갖게 만드는 방안에 정책이 집중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