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뷰>SBS.TV 박봉숙변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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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법정드라마의 묘미는 재판과정에서의 극적 반전이다.무엇보다도 유죄판결을 받게된 피고가 변호사의 뛰어난 변호로 결백이 입증되는 한 순간의 감동이 있어야 한다.
이 감동을 얻어내기 위해서는 몇가지 필요조건들이 있다.우선은변호사의 변론이 판결에 큰 영향을 줄수 있는 사법제도가 전제돼야 한다.
시민들로 구성된 배심원이 유.무죄 평결을 내리고 판사는 평결에 따라 형량만 선고하는 미국의 사법제도는 법정드라마와 어울린다.배심원들의 평결은 재판정에서의 분위기나 여론에 대해 많은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아무래도 판사가 직접 판결을 하는 것보다 더 극적인 반전이 많기 때문이다.
다음은 소재자체가 사회적인 쟁점을 담고 있어야 한다.사회적인파급효과가 없는 단순형사 사건을 다루는 것은 추리극이나 수사물과 별차이가 없다.
그 다음은 누가 봐도 불리한 사건을 변호사가 치밀하고 기발한변론으로 뒤엎는 과정이 자세하게 묘사돼야 한다.그러려면 일반드라마에 비해 훨씬 정교한 극적 구성이 요구된다.
SBS-TV『박봉숙변호사』는 이런점에서 법정드라마라고 하기 어렵다.지금까지 4회가 방송되는 동안『박봉숙 변호사』는 드라마의 구성자체가 재판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지 않았고 변호사의 역할이 부각되지도 않았다.그 결과 사안에 대한 논리 전개를 부각시키기 보다 등장인물들의 인간적 갈등을 비추는데 주력해왔다.
1화「러브호텔 사건」은 성폭력혐의로 기소된 여고동창생 남편의변호를 맡아 재판에서 이겼지만 갈등하는 모습을 보인다.그리고 여성단체의 권유로 변호를 포기,항소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게 만든다.2화「붕어빵」은 이혼부부의 양육권을 다룬 내 용이었는데 역시 이혼부부 자녀의 인간적 갈등묘사에 치우쳐 양육권과 같은 쟁점의 부각이 부족했다.
또 3화「비닐하우스의 연인」역시 소재자체가 사회적 쟁점이 없는 강간의 법적구성요건과 관련된 내용으로 아버지의 강압에 의해법정에서 애인이 강간했다고 위증한 여자의 갈등을 중심으로 드라마가 전개되고 있다.
법정드라마를 보는 재미중 하나는 쟁점사안에 대한 법정의 공방에 참여하는 것이다.『박봉숙변호사』가 법정드라마로 자리잡으려면드라마의 중심을 사건현장에서 법정으로 가져갈 필요가 있을듯 싶다.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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