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달,회사로 출근하다-상사부일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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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호 14면

전편 영화 ‘두사부일체’ ‘투사부일체’를 거치며 4년제 대학 졸업장까지 받은 계두식(이성재)은 이제 강남을 관리할 꿈에 부풀어 있다. 그러나 큰형님 상중(손창민)은 한·미 FTA를 대비하여 조직도 대책이 필요하다며 조직원들을 소집한다. 그 자리에서 아는 척한 것이 화근. 두식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장 개방을 준비했던 대기업의 노하우를 도입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가 직접 가서 글로벌 경영을 배워오라는 명령을 받는다. 상두(김성민)와 대가리(박상면)의 보좌 혹은 방해를 받아가며 두식은 ‘거손 보험’ 신입 영업사원으로서의 생활을 시작한다.

1편과 2편 모두 흥행에서 크게 성공한 ‘두사부일체’ 시리즈를 지탱해온 중심은 자기 영역이 아닌 세계에서 당황하는 건달이라는 소재였다. 인터넷 카페가 무언지도 모르는 건달이 공부를 하면서 무식을 드러내고, 자기 정체를 감추려다 코믹한 행동을 하고, 마지막에 이르러 주먹을 쓰며 정의를 쟁취하는 쾌감이 공식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상사부일체’는 이미 효력이 다한 그 공식을 죽은 자식 불알 만지듯 포기하지 못한 속편이다. 아무리 건달이라고 해도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e-메일 보낼 줄도 몰라 속달 우편을 사용한다는 설정은 억지다. 외국계 기업의 인수합병과 기업 구조조정, 노조파괴 공작도 주먹으로 해결하기엔 너무 거대한 사안이다. 그렇더라도 웃기기만 한다면 괜찮을지 모르는 일이다. ‘상사부일체’는 웃기지 않고 불쾌하기만 하다는 것이 문제다.

‘상사부일체’는 아무 이유 없는 폭력이 슬랩스틱 코미디가 될 수 있다고 착각하는 영화다. 게다가 아무런 논리적 고려 없이 인물과 상황을 마구잡이로 휘두른다. 수석 합격한 수정(서지혜)은 두식이 좋아 사람들이 기피하는 계열사인 ‘거손 보험’을 선택하는데, 그녀가 두식의 전화번호를 받는 대신 자기 미래를 망치는 행동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값싼 노동력이 필요하다며 태국에서 수입한 건달 두 명을 활용하는 방법을 보면 이 영화의 상식마저 의심하게 된다. 전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속설은 여전히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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