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만에 22억 달러 무기 판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대만 독립 문제를 둘러싸고 양안(중국과 대만)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대만에 첨단 무기를 대거 판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돼 대만 독립 문제는 미국과 중국 간 갈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초계기.미사일 22억 달러어치 판다=13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12일(현지시간) 대만에 대해 조만간 대(對)잠수함 초계기.함대공 미사일 등 22억 달러어치의 무기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미 국방안보협력국(DSCA) 관계자는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는 양안 지역의 정치적 안정과 군사적 균형, 경제 발전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대만은 P-3C 대잠수함초계기 15대와 관련 엔진 등 부속품의 판매를 요청했다. 이들 무기의 판매가격은 19억6000만 달러에 달한다. 이 초계기는 해상 경계 및 정찰, 대잠수함 작전이 가능하다.

미 국방부는 또 SM-2 블록 IIIA 스탠더드 함대공 미사일 144기(총 2억7200만 달러 규모)도 대만에 판매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대만은 중국의 전투기와 크루즈 미사일의 위협으로부터 자국 해군 병력을 보호하기 위해 이 미사일을 일부 보유하고 있다. 대만 국방부는 미국으로부터 새로 구입하는 미사일을 해군 구축함에 장착할 예정이다.

미국은 이달 초에도 대만에 4억2100만 달러 상당의 미사일 판매계획을 발표했었다. 사정거리 105km인 중거리 공대공 AIM-120C AMRAAM 218기와 사정거리 27㎞인 단거리 공대지 AGM-65 매버릭 미사일 235기 등이다.

◆미.중 관계 악화 가능성=미국의 무기판매 계획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공식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이 반발할 것은 뻔하다.

중국은 대만의 독립 추진 움직임에도 미국이 보다 강경하게 대처해주길 원하고 있다. 대만 정부는 18일 유엔 가입을 신청하고, 내년 초에는 대만 독립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6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대만 당국이 여러 나라의 경고를 무시하고 유엔 가입 투표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대만의 독립 분열 책동에 대해 (미국이) 반드시 더 강력한 경고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은 외견상 반대 입장을 분명히하고 있다. 토머스 크리스텐슨 미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부차관보는 12일 "대만의 독립 추진은 중국이 설정한 인내 한계선을 넘는 것이다. 이는 중국의 군사적 행동을 유도해 역내 안정에 심각한 저해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