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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잇단 강판에 고개 숙인 고독한 황금팔 정민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두번의 실패.
鄭珉台의 강판을 지켜보는 태평양 선수들의 가슴은 찢어졌다.
鄭은 12일 OB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1번 金湘昊를 3루플라이로 잡아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으나 이후 내리 5안타(4구1개)를 얻어맞고 5실점,도중하차했다.
올들어 부상을 떨치고 일어나 2승을 거두며 재기의 기쁨에 들뜨기도 했던 鄭은 지난 5일(LG전)에 이어 두번째로 1회를 넘기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수모를 겪었다.
『재기가 이렇게 어려운 일이란 말인가.』 9회까지 흘러가는 동안 그의 머릿속은 온갖 상념이 실타래처럼 얽혔다.
2년동안 그의 아픔을 지켜본 동료들은 사력을 다해 이미 끝나버린 경기를 되돌리려 안간힘을 썼다.그러나 1회의 6실점은 너무 컸고 태평양은 5점까지 따라가다 주저앉고 말았다.지난 5일LG전에서도 1회 4실점한후 6-5까지 추격하다 9-7로 아깝게 졌었다.
정민태는 지난 92년 宣銅烈에 맞먹는 강속구투수라는 평가속에최고의 계약금(1억6천만원)을 받고 태평양에 입단했다.그러나 그해 4월29일 쌍방울전에 첫 등판한 후부터 팔꿈치 통증에 시달리며 병치레를 시작,2년간 상심의 세월을 보내 야했다.그동안받은 돈이 부끄러워 12차례 마운드에 섰으나 1승3패를 기록하며 부상만 악화시켰다.
92년 9월 그는 수소문끝에 미국 스포츠의학의 권위자인 제임스 앤드루박사(토론토 블루제이스 주치의)의 진단을 받아 인대가끊어졌다는 사실을 알게됐다.이후 그는 오른속 팔목의 인대를 끊어 오른 팔꿈치에 8자로 접합시키는 8시간의 대 수술을 받았다.끔찍했던 그 때의 수술장면은 훗날 재기에 성공했을 때를 대비,구단측이 비디오에 담아놨다.
이 수술덕에 정민태는 남들보다 오른 팔꿈치 인대가 하나 더 있다.그래서「6백만불의 사나이」혹은「로보캅」으로 불린다.
아직도 하루 2시간씩 지루한 반복운동(재활프로그램)을 해야하는 그는 지난달 14일 한화전에 등판,7회2사까지 산발 7안타로 역투하며 재기의 첫승을 올렸다.또 4월23일 두번째 등판에서는 롯데에 완투승까지 거둬 희망에 불탔으나 서울 팀들에 잇따라 난타당하며 또다른 고통에 휩싸이게 됐다.
1백45㎞대의 빠른 직구는 건재했으나 그가 쉬는동안 각 팀의타격기술은 높아졌고 새로운 변화구마저 개발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정민태는 또다른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투쟁에 나서야 한다.지난 2년간 그랬듯이-.그러나 이번엔 자신이 직접 처방을 내려야하는 게 다를 뿐이다.
70년대 일본프로야구를 풍미하던 前롯데 오리온스 투수 무라타쇼지도 정민태와 같이 대수술을 받고 재기한 투수다.그도 병명을알지 못해 백일기도까지 하는등 별짓을 다하다 앤드루박사의 스승프랭크 조브박사의 수술로 마운드에 다시 서 통산 2백17승을 올렸다. 무라타는 6일 쉰후 일요일 경기만 등판해「일요일의 사나이」로도 불렸었다.
40대까지 투수로 활약한 그는 은퇴하던 해 마지막으로 10승을 거두는 불멸의 투혼을 발휘,지금까지 많은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權五仲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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