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치문바둑칼럼>1.한국킬러 요다는 현해탄을 건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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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 ○…… ○…… ○…… ○…… ○…… ○…… ○…… 인생의 복제품이라는 바둑엔 드러난 승부와 이면의 승부가 있다.드러난 승부가 뉴스라면 이면의 승부에는 바둑이 지닌 정신세계와 이야기들이 녹아있다.바둑해설가며 본지 바둑전문기자로 활약하고 있는 朴治文부장이 이들을 함께 묶어 매주 1회(금요일)칼럼으로싣는다. [편집자註] ……○ ……○ ……○ ……○ ……○ ……○ ……○ ……○ 「섬나라 검객」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9단이다시 현해탄을 건너온다.그와 맞설「바둑황제」曺薰鉉9단은 긴장된모습으로 출진준비를 서두르고 있다.東洋증권배세계대회결승 5번기는 16일 부산에서 시작된다.이번에도 요다가 이기면 지난해 세계를 제패하며 구름위까지 솟아올랐던 한국바둑은 얼굴에 먹칠을 하게 될 것이다.
29세의 요다는 한국기사와 싸우면 이겨 어언 13승3패.李昌鎬와는 5승1패,劉昌赫과는 3승1패,徐奉洙와는 2전2승 오직 曺薰鉉만이 1승1패로 호각의 전적을 보이고 있다.요다의 짙은 눈썹과 강렬한 눈빛은 이제 거역할수 없는 강자의 모습이 되어 한국프로의 머리에 깊이 각인돼 있다.이들은 요다를 최강의 실력자로 치켜세우며 두려움에 젖어있다.「요다콤플렉스」에 빠진 것이다. 이같은 괴이한 현상을 지켜보며 일본바둑계는 미소를 흘리고있다.요다란 인물이 일본에선 현재 랭킹10위안에도 끼지 못하고있기 때문에『신기하군요』하며 알듯 모를듯 웃고있는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 선두주자는 가다오카(片岡聰)9단이다.그는 本因坊전에서 趙治勳本因坊에 대한 도전권을 장악했고,名人전 리그에서도 3연승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요다는 名人전에서 1승4패로거의 꼴찌다.성적1위의 가다오카 다음으론 王立誠 .고마쓰(小松英樹)등의 이름이 보인다.
진정으로 신기한 것은 한국의 정상들이 가다오카.王立誠.고마쓰등을 하수 취급하고 있다는 점이다.전적도 한국측이 월등하다.
바둑은 기술 이전에 마음의 대결이다.그 일례로 중국바둑을 유독 우습게(?) 여기는 徐奉洙9단은 중국바둑에 지금껏 한판도 지지않고 있다.요다는 李昌鎬바둑이 아직 무르익기 전인 4년전에李6단을 친선대국에서 3대1로 꺾어 한국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그후 李昌鎬신드롬이 한국바둑계를 휩쓸자 요다는 저절로 공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진짜 대결도 하기 전에 바둑돌을 도끼 패듯 후려치는 그의 강인한 인상에 눌려 이쪽이 겁먹은 사이 쉽게 「한국킬러」로 커버린 것이다.
李昌鎬는 국내 최강이다.그러나 전문가들은 曺薰鉉의 실력을 李昌鎬와 수평으로 놓으며 연령을 감안하더라도 40%의 승률은 올려야 맞다고 생각한다.
曺薰鉉대 요다의 부산대결은 이런 측면에서 좀더 흥미롭다.曺9단은 李6단에게 연전연패하여 국내무대에서 완전히 밀려났으나 대신 세계무대에선 4인방중 최고의 성적을 보이고 있다.
曺9단 역시 요다콤플렉스에 젖어있다면 이번 승부는 위험하다.
단순히 실력비교라면 曺9단쪽은 6대4나 7대3으로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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