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X세대의영웅>2.김건모-흐느적 몸짓에 자유메시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엇박자 레게 리듬에「깜상」김건모(26)가 통쾌하게 목청을 높여대면 X세대들은 모든 부담감에서 해방된 듯 자지러진다.
천연덕스런 전방위 몸짓과 지극히 공격적인 리듬으로 김건모는 멀티미디어 시대의 총아가 되고 있다.
김건모는 15일이면 3개월째 전국 11개 도시를 돌며 레게의물결로 물들이고 있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인기의 규모를 측정하기 어려운 우리 음반시장에서 김건모는 지금까지의 모든 기록을 뛰어넘었을 것이라는데 아무도 반론을 제기하지 않고 있다.
김건모는 단지 가수의 차원이나『핑계』라는 노래의 히트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와 관련된 온갖 패키지 상품.패션.신세대들의 사고방식과 말버릇까지 포괄한다.
연일 초만원을 이루며 전국을 뒤흔든 그의 무대는 뇌쇄적인 강렬한 조명과 화려한 스모그 네온사인으로 마치 흑인 슬럼가 본고장에 온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신세대들을 빨아들였다.
그의 데뷔곡인 『잠못이루는 밤 비는 내리고』까지만 해도 그의외침과 몸짓이 음악뿐만 아니라 모든 젊은이들의 의식마저도 압도하리라는 예상를 하지 못했다.
우리 정서에 안맞다던 랩을 서태지가 유행케 한 것에 이어 지구 반대편 카리브해에서 발생한 레게를 신세대 뼛골 깊숙이 심어놓고 있다.
서태지보다 한발 더 나아간 것은 기성세대들이 서태지에게 느꼈던 괴리감을 김건모에게선 발견할수 없었다는 것이다.괴리감은 커녕 남녀노소 누구나 김건모의 신명나는 즐거움에 자유롭지 못하다. CF와 뮤직비디오까지 레게의 본고장 자메이카에서 만들어온 그는 카리브해의 사탕수수밭에서 따가운 햇볕을 삭여주는 청량제 같던 레게를 한국 최고의 댄스음악으로 자리잡게 했다.
음악에 대해 별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까지 레게의 리듬을 타며 걸어다니도록 한다.
김건모의『핑계』를 들으면서 그 누구도 엄숙해지거나 우울해질 수는 없게됐다.
발라드.랩.로큰롤 등 기존의 다른 음악 장르가「김건모 때문」이라는「핑계」를 대며 거의 질식직전에 놓여있다.
코맹맹이 발음에 비꼬는 듯한 말투,흐느적거리는 걸음걸이,마이클 조던의 반바지를 빌려입은 것처럼 헐렁한 원색의 어정쩡한 패션을 온통 따라하고 있다.
『입장바꿔 생각을 해봐』라며 자기들끼리 커피전문점에서 토닥거리는 말투가 그대로 재현되는가 하면 귀청을 찌르는 고음으로『아무런 준비도 없는 내게』라고 외치는 그에게 신세대들은 전폭적으로 동조하고 있다.
남미의 빈민촌에서 뛰어다녔음직한 물라토 꼬마의 장난기가 첫눈에 느껴진다.
국적이나 뿌리를 찾는 것에 무관심한 10대들의 의식과 취향을천부적으로 지니고 있는 김건모는 특유의 이국성과 동네 골목대장같은 천진스러움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다.
개그 프로그램에서도 노래 못지않게 순발력 있는 재치를 보여줬던 김건모가 10대들에게 흩뜨리는 언어들은 성인들이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우리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내며 단순한 노래 이상의 의식공간 창출로 신세대들 내부에서 급격히 증폭 되고 있다.
〈蔡奎振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