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문학사 『이현상 평전』 저자 안재성씨 차일혁 총경 유족 항의에 선뜻 “사과” 광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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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9월 12일자 중앙일보 18면에 이색 광고가 실렸다. ‘『이현상 평전』중 차일혁 총경 부분 정정 및 사과문’이란 제목의 광고였다. 작은 광고였지만 좌우익으로 나뉘어 싸운 우리 현대사의 아픔과 이를 극복하려는 미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정정·사과 광고를 낸 이는 최근 출간된 『이현상 평전』(실천문학사)의 저자 안재성(47)씨. 『이현상 평전』은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 대장을 지낸 이현상의 일대기를 그린 책이다. 안씨는 “차일혁 총경 부분에 일부 오류가 있어 정정하며, 조속히 수정 출판하겠다”고 밝혔다. 차일혁 총경의 아들인 차길진(60)씨가 책을 본 후 정정을 요구했고, 이를 작가가 즉각 수용해 이뤄진 조치였다.

 정정한 대목은 ‘저자 후기’에서 안씨가 차일혁 총경이 일찍 타계한 이유에 대해 ‘사람을 많이 죽여서 혼을 빼앗긴 것 같다’는 식으로 묘사한 부분이었다. 이에 대해 안씨는 “정정 광고를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그 이유는 “차일혁 총경은 토벌대 쪽이었지만 이념을 초월해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고자 애쓴 점을 알고 있었으며, 『이현상 평전』을 통해 그리려고 했던 인간상도 그런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안씨는 차일혁 총경에 대해, 일제시대 상해임시정부 소속 황포군관학교를 다녔고, 이후 민족주의자였으면서도 사회주의자들의 무장 투쟁 단체인 조선의용군에서 활동했으며, 무엇보다 이현상의 시신을 수습해 장례를 치뤄준 후 시신에서 나온 유품을 후손에게 전달해주기까지 한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출판사측은 “작가의 뜻을 존중하고 따랐다”고 말했다. 차길진씨는 “작가가 즉각 사과를 해주어 너무 고마웠고,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많이 성숙해졌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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