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수제비 뜨듯 날렵하게 우주선도 대기권 들어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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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어릴 때 강가에서 물수제비를 즐겼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물 위에서 튀기는 횟수가 많을수록 우쭐하며 승자의 위치에 올라섰다. 대체로 어깨 힘이 강할수록, 조약돌이 납작할수록 물수제비에 유리했다.

물수제비는 고대 그리스 이래로 지난 수천년간 이어져 내려온 놀이다. 현재 세계 최고기록은 1992년 미국 텍사스의 블랑코 강에서 38번을 튀긴 J C 맥기가 갖고 있다.

물수제비 과학을 들여다본 연구결과가 네이처지 최근호에 실렸다. 프랑스 마르세유에 있는 비평형현상연구소의 크리스토피 클라네 박사팀이 물 위를 튀길 수 있는 횟수를 극대화하는 공식을 만들어냈다. 직경 2m의 작은 못에 알루미늄 원반을 발사하는 투석기를 달고 고속의 비디오 카메라를 설치했다. 원반은 직경이 5㎝에 두께가 2.75㎜다. 투석기로 원반을 발사한 뒤 비디오 카메라는 물 위의 접촉 순간 1백분의 1초를 잡아냈다.

클라네 박사팀은 회전하는 돌과 수면 사이의 각도가 20도일 때 튀기는 횟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또 조약돌은 회전하고 있을 때 튀어오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조약돌이 회전할 때 물체 전체의 안정화를 이뤄 물속에 가라앉는 것을 방지한다는 설명이다.

수면과 충돌할 때의 속도 또한 중요했다. 초속 2.5m 이상의 속도를 지녀야 쉽게 물에 빠지지 않았다. 조약돌의 모양 또한 납작하고 둥글어야 표면적이 넓어 충돌 순간 조약돌에 탄력을 줄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 같은 조건을 갖춰야 조약돌과 수면의 충돌시간을 최소화하면서 에너지 낭비를 줄여 여러차례 물 위를 튀길 수 있다는 것이다.

클라네 박사팀이 물수제비 연구에 몰두해온 이유는 우주선의 강하 모델을 연구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우주 왕복선이나 탐사선이 밀도가 높은 지구의 대기로 진입할 때 20도 정도의 입사각으로 들어온다면 무리 없이 귀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조약돌처럼 여러차례 튀기면서 물로 슬며시 빠지듯 대기권 안으로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클라네 박사는 "우리는 이 장치를 통해 튀어오르는 현상의 물리적 원리을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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