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PPING] 충북의 명품 한우 '청풍명월' 사육 농가에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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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추석(25일)을 2주 가까이 앞둔 12일 충북 청원군 오창면 후기리의 한 한우 농가. 송아지·번식우(암소)·거세우 등 120여 마리의 한우에 사료를 주는 김승수(48·청주축협 ‘청풍명월’ 작목반 총무·사진)씨의 손길이 분주하다. 우리 안의 소는 성장 단계별로 먹이를 달리하는 등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었다. 김씨는 “사육 과정을 성장기, 육성기, 비육 초·중·후기로 나눠 사료 및 건초의 성분과 양에 차이를 둔다”고 말했다. 특히 생후 22개월부터 도축(30개월 전후)까지는 고기 등급을 결정하는 ‘마블링’을 좋게 하기 위해 특수 사료를 먹인다. 더위가 아직 가시지 않았지만, 축사 안은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다. 젖산·고초균 등 유익한 미생물을 활용해 만든 ‘생균제’를 사료에 섞어 먹인 덕이다. 물론 축사 바닥에 깔린 발효톱밥을 수시로 갈아 주는 등의 정성 어린 관리 덕분이기도 하다.

 이 사육장에서 한 달에 5∼6마리 출하되는 한우는 90% 이상이 1등급 판정을 받았다. 전국 평균인 60%대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김씨는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재개되면서 한우 값이 많이 내렸지만, 그나마 1등급 이상 고급육은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한우 값은 2등급 이하는 지난해보다 30%가량 떨어졌지만, 1등급 이상은 10%가량 하락하는 데 그쳤다.

 김씨가 출하하는 한우는 충북 내 다른 우수 농가에서 출하한 한우와 함께 ‘청풍명월’이라는 이름으로 롯데백화점에 납품된다. ‘청풍명월’은 충북도가 강원도 ‘횡성한우’, 나아가 일본 ‘와규(和牛)’ 에 못지않은 명품 한우를 키우겠다는 의욕으로 만든 브랜드다. 청주·옥천·충주 등 충북도 내 5개 축협 900여 농가에서 키우는 1만7000두가 이 브랜드를 쓴다. 백화점을 대표할 만한 고급 한우 상품을 개발할 필요성을 느낀 롯데 축산팀은 6개월간 전국 20여 개 산지를 뒤진 끝에 이 브랜드를 선택해 서울 을지로 본점 등 5개점에 ‘청풍명월’ 매장을 열었다. 백화점 업계 1위인 롯데가 특정 브랜드를 내걸고 단독 한우 매장을 연 것은 이례적이다. 이 백화점 박봉규 축산MD(상품기획자)는 “브랜드 인지도가 아직 높지 않지만 충북도 차원에서 엄격한 품질·위생 관리를 하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고 말했다.

 충북도도 사육 농가마다 찾아 다니며 초음파 검사기로 도축 대상 소의 등급을 미리 측정하고, 분기별로 농민들을 소집 교육하는 등 브랜드 관리에 정성을 쏟고 있다. 14일 열리는 납품 계약식에는 정우택 충북지사가 직접 상경해 이철우 롯데백화점 사장과 서명하는 등 열의를 보이고 있다. 충북농협의 김장범 청풍명월한우사업단장은 “수입산 때문에 쇠고기 값은 어차피 떨어지겠지만, 과학적·체계적인 영농으로 길러낸 최고급 한우의 경쟁력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청원=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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