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엔고 중화학 방향타변수-21세기 한국경제 미치는 여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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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엔이 어느틈에 한국산업을 움직이고 있다.
2000년대를 겨냥한 한국기업의 행보는 엔의 동향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엔화는 일본과 경합관계에 있는 한국 중화학공업의 방향타를 트는 새 변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국내산업계의 최대이슈인 삼성중공업과 닛산의 제휴만해도 그렇다.만약 최근의 엔고가 없었다면 과연 제휴가 가능했을까.대답은「NO」다.
『반도체 꼴 난다』며 부메랑을 우려해 일체의 대한제휴나 기술이전을 한사코 거부해왔던 일본자동차회사가 움직인 것은 결코 우리가「좋아서」가 아니다.美日 경제회담 결렬이후 자신의 숨통을 시시각각 죄어오는 미국의 엔절상압력에서 어떻게든 살 아남기 위해서다.韓日간의「造船전쟁」도 순전히 新엔고의 산물이다.
올해는 막상막하의 시소게임이 예상된다.싸움의 관건은 뱃값.납기.품질이다.생산성과 기술은 일본이 앞서고 있다.우리의 무기는역시 가격이다.
한국경제를 버티고 있는 중화학공업 대부분이 이런식이다.엔고로일본기업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전략을 바꾸는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 설비만 들여오지,대일수출하는 변변한 제품하나 없는실정이다.이래가지고는 어떤 호기도 살릴수없다.문제는 근본적인 우리 체질이다.약해진 우리 체질을 어떻게든 이 기회에 바꾸어 놓아야만 한다.』(車承鎭 선경인더스트리부장) 일본은「오뚝이」다.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엔환율이 달러당 2백50엔에서 1백20엔대로 떨어졌을 때도 그랬다.거뜬히 버티고 오히려 전후 최대의「헤이세이」호황을 누렸다.언제 또다시 신엔고 역경을 딛고 우뚝 설지 아무도 모른다.『두번다 시 기회는 없다.』국내업체들에떨어진 신엔고시대의 特命이다.국가든 기업이든「사느냐」「죽느냐」의 미래전략을 준비할 마지막 기회라는 것이다.
〈金光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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