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못하게 보증을 서게 됐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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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사람 좋다'는 평가를 달고 다니는 한착해 씨. 사업을 시작하려는 친구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보증인이 필요하다며 연락을 해왔다. 부탁을 받고 썩 내키기 않았던 한착해 씨는 친구가 간절하게 매달리자 보증을 서 주기로 결정했다.

보증은 부모 자식 간에도 서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자금 거래에서 기피 대상 0순위로 꼽힌다. 잘못하다가는 돈만 잃는 것이 아니라 사람까지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보증을 서야 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법이 없을까.

일단 보증을 선 후 문제가 발생하면 사후적으로 손을 쓸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이다. 이 때문에 보증을 설 때 책임의 범위를 가능한 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보증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연대보증을 떠올리지만 보증인의 책임 범위에 따라 여러가지 종류로 나뉜다.

크게 일반보증과 연대보증(근보증)으로 나뉘며, 연대보증은 다시 특정근보증과 한정근보증, 포괄근보증으로 구분된다.

김영호 FSI(재정전략연구원) 원장은 "연대보증의 경우 채무자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곧바로 보증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반면 일반보증은 먼저 채무자에게 최대한 빚을 상환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에서 다르다"며 "대출금에 대해 채무자와 동일한 책임을 지게 되는 연대보증보다 일반보증이 보증인에게 유리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연대보증을 서야 하는 상황이라면 특정근보증을 선택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이다. 특정근보증은 정해진 대출 계약에 한해서만 보증을 서는 것으로 보증계약에 명시된 금액과 만기까지만 책임을 진다. 대출 만기가 지난 이후 기한 연장이나 대환대출이 발생한 데 대해서는 보증 책임이 없다.

반면 한정근보증은 계약서에 정해진 대출금을 채무자가 상환할 때까지 만기와 상관 없이 보증의 의무가 따라다닌다. 만기 연장 뿐 아니라 대환 대출에 대해서도 상환 의무가 주어진다.

보증인 입장에서 리스크가 가장 높은 것은 포괄근보증이다. 이 경우 해당 금융회사에서 현재 발생한 채무 뿐 아니라 앞으로 발생하게 되는 채무에 대해서도 보증의 책임을 져야 한다. 자신도 모르는 보증 채무가 어느날 갑자기 발생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보증의 종류와 조건은 보증인에게 중요한 사안이지만 금융회사에서 이를 상세하게 알려주는 일은 흔치 않다. 최악의 경우 보증인보다 금융회사가 안게 될 리스크를 줄이는 데 치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증에 따르는 책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 직원이 시키는 대로 보증계약서에 사인만 할 것이 아니라 가급적 자신에게 유리한 계약 조건을 선택해야 한다. 또 책임의 범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약정서의 사본을 챙기는 것도 빠뜨리지 말아야 한다.

김영호 원장은 "일반인의 경우 보증의 종류에 따라 책임의 범위가 다양하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데다 금융회사에서 이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주지 않기 때문에 피해가 커지는 경우가 많다"며 "채무자가 빚을 상환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을 때도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고 보증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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