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산책>1.풀밭위의 식사-에두아르 마네 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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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0세기는 한마디로 광기의 세기였다.1차대전의 독가스와 2차대전의 원자폭탄은 인류가 파충류적인 적개심만으로 얼마만큼 인류를 박멸할 수 있는가를 시험한 기계문명의 필연적인 귀결이었다.
미술의 20세기 역시 몸살을 앓으며 광란의 한 세기를 지나왔다.전반기를 지배했던 논리인 인류의 자존심 수호와 후반기를 지배했던 정글의 논리가 우리 세기 미술의 배경이었다.자존심이라는것은 기계문명에 의해 인간의 권위가 훼손된다고 느낀 인간들이 기계를 짓밟기 위해 내세운 대의명분이고,정글의 논리는 경제력의우위가 곧장 무력과 경찰력의 우위로 연결되었던 금세기에서 문화와 정신조차 경제력의 통제하에 있어야 한다는 약육강식의 억지를일컫는다.
그 광란의 20세기 미술이 시작된 배경에 기계가 있었다.최초로 20세기 인류의 자긍심을 건드린 것은 카메라였고 그 다음이텔레비전,그리고 세번째가 컴퓨터였다.이들의 공통점은 모두가 視知覺을 통해 認知.저장.출력및 교감된다는 점에서 미술과 겹치는범주를 가지며 인간을 능가할 수 없도록 제어되었음에도 불구하고인간이 스스로 자존심을 훼손당했다고 느낀다는 사실이었다.
카메라가 발명될 때까지 화가들은 고객과 행복한 밀월을 누리고있었다.르네상스를 극점으로 화가들은 고객의 끊임없는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재현의 기능과 닮음의 기술을 익힌 특권계급으로「행복한 유치원생」처럼 그 특권을 누리고 즐기면서 살아왔다.카메라는 이러한 권능과 후광을 무참히 박탈해버렸다.
카메라에 도발당했다고 느껴 발끈한 화가들은 카메라가 할 수 없는 모든 것을 들쑤셨다.그렇게 해서 그들이 찾아낸 것은 카메라엔 인간과 같이 느끼거나 감정을 표현하거나 논리적으로 재구성하는 능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상상하거나 꿈꾸는 일,그리고 떼를 쓰거나 합리화할 수 있는 주체가 없다는 것이었다.그런 배경에서 20세기 초반에 인상주의.표현주의.입체주의.초현실주의,그리고 다다가 등장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아카데미 회원인 레옹 제롬이 루베대통령을 가로막으며「프랑스의 치욕」이라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인상파의 승리로 기록되는 저「프랑스 미술 1백년전」의 인상파 전시는 20세기 미술의 선두주자로서 에두아르 마네의 혁명에 의해 자립할 수 있었던 독립화가들에게 이끌려 20세기 미술이 방향지워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 기념비적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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